한국일보

케이지를 벗어난 닭의 달걀, 벗겨보면 오메가3가 ‘꽉’

2019-06-05 (수) 강레오 ‘식탁이 있는 삶’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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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목욕’하고 슈퍼푸드 곡물 섭취, 몸에 해로운 오메가6 비율 낮아

케이지를 벗어난 닭의 달걀, 벗겨보면 오메가3가 ‘꽉’

강레오 ‘식탁이 있는 삶’ 상무이사

케이지를 벗어난 닭의 달걀, 벗겨보면 오메가3가 ‘꽉’

지난 2017년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인해 많은 소비자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을 때의 일이다. 한 방송을 통해 만난 농부의 철학을 듣게 되면서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의 큰 감동을 받았다. 그의 농심(農心)에 대한 존경심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관행으로 쓰지 말아야 할 여러 화학물질들의 이름이나 부작용들은 굳이 말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부러울 정도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닭의 이야기다.

거의 모든 달걀 농가는 규격화된 케이지에서 닭을 사육한다. 서울의 큰 아파트 단지를 연상케 할 정도로 그 규모는 몇만 세대에 이른다. 밀집 사육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낸 방식이라고 했다. 기존 농장보다 동물 복지를 위해 케이지는 더 커지고 닭들의 압사를 막기 위해 닭들의 생활 공간은 조금 더 넓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내게는 밀집 사육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일반적으로 흙을 밟고 있지 않아 깨끗해 보일 수는 있지만, 닭이라는 동물은 흙을 밟고 살아야 스스로 깨끗이 관리를 할 수 있다. 충북 청주에는 방목은 아니지만 거의 자연 상태에 가깝게 환경을 만들어 놓고 닭을 사육하는 달걀 농장이 있다. 흙과 풀밭, 돌, 나무가 자연 상태 그대로 있어 자연 방목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흙 목욕은 닭의 본능이자 그들의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모습 그 자체다. 흙으로 목욕하는 것이 어떻게 깨끗할까 하겠지만, 농장에 가서 구덩이를 파고 흙으로 목욕하는 닭의 모습을 본다면 아마 ‘정말 시원하겠다’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닭들은 흙을 깃털 사이사이의 피부까지 넣는다. 날개 관절을 움직이면 깃털과 피부 사이에서 흙이 피부를 깨끗이 긁어 청소해준다.

또 실내공간도 닭을 배려했다. 바닥에 분변이 떨어져 더러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쌀겨와 톱밥을 섞어 깔아 놓았다. 알을 편안하게 낳을 수 있도록 암막이 쳐져 있는 산란실도 마련돼 있었다. 그렇게 안으로 밖으로 돌아다니는 닭들을 보고 있자니 고급 산후조리원에서 럭셔리한 ‘풀 케어’를 받으며 힐링을 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닭에게 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슈퍼푸드 곡물도 먹이로 주고 있었다. 우리도 바빠서 챙겨 먹지 못했던 퀴노아 귀리 아마씨와 같은 갖가지 혼합 곡물과 영양이 가득한 채소다. 또 특별히 제조해 닭들에게 마시게 하는 물도 뭔가 대단해 보였다. 여러 가지 채소나 과일로 만든 발효액과 식초를 직접 담가 그 원액을 물에 희석해 닭들이 마실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닭의 생김새가 눈에 들어왔고, 모든 닭이 평화롭고 행복해 보였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그토록 지향해야 할 진정한 동물 복지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이 이렇다 보니 이곳에서 생산되는 달걀은 오메가 3와 오메가 6의 비율이 3대 1로 이상적인 수준을 뛰어넘는다. 오메가 6는 염증을 만들어서 비중이 높을 수록 몸에 좋지 않다.

어렸을 적 아버지께서는 집 뒷산에 약 250마리 정도의 닭을 키웠다고 한다. 아버지께 이런 농장에 대한 말씀을 드리니 본인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닭을 키웠다고 했다. 예전에는 먹일 것이 마땅치 않았고 사료도 비쌌기 때문에 집에 있는 다양한 곡물과 채소 그리고 뒷산 땅속의 벌레가 그들의 먹이가 됐다고 한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상생할 수 있는 방식이 땅과 동물, 작물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건강한 달걀 한 개를 먹기 위해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덕분에 그 농장의 달걀은 주문 후 2~3개월이 지나서야 받아볼 수 있는 귀한 달걀로 자리 잡았고, 나는 새치기를 할 수 없기에 오늘도 좋은 달걀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강레오 ‘식탁이 있는 삶’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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