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가 치밀 땐 하나님을 생각하세요

2019-05-07 (화)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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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자·자녀·동료도 내게 맡겨진 하나님의 자녀

▶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격정적 말 퍼붓지 말아야

화가 치밀 땐 하나님을 생각하세요

사역단체 ‘예수일터’는 감정 관리가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감정이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분노나 불안, 시기심을 조절하지 못해 사이가 비틀어지고 가정, 비즈니스, 직장과 교회까지 어려움에 빠뜨리는 일이 드물지 않다. 더구나 그리스도인이라면 더욱 주의하고 공을 들여야 할 부분이다.

감정을 어떻게 이해하고, 컨트롤하면서 관계 형성에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비영리 사역단체 ‘예수일터’(이사장 이진도 장로)는 지난달 27일 라카나다에 위치한 회원 자택에서 ‘감정 관리와 관계’라는 제목으로 세미나를 열었다. 부부 및 자녀, 직장 동료와 교인 사이에 관계를 증진하기 위해 전문가를 강사로 초빙해 발전적 방향으로 감정을 개선하기 위한 자리였다. 강사는 기독교 봉사단체 ‘러빙허트’의 그레이스 서 대표가 맡아 세미나를 진행했다.

“사람들은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수많은 실수를 저지릅니다. 특히 화가 치솟으면 함부로 말을 뱉고 그릇된 판단을 내리기도 합니다. 교회에서 일어나는 분쟁과 갈등 중에도 감정이 격해져서 커지는 케이스가 많아요. 먼저 ‘하나님이 보시기에 어떨까’ 스스로 물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나님을 떠올리는 순간 격정적인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할 수 있다는 제언이다. 서 대표는 일방적으로 ‘내가 옳다’고 고집했던 시선에도 상대편 입장이 개입할 여지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과 관계에서 아주 중요한 게 바로 ‘타이밍’입니다. 똑 같은 내용의 말이라도 어느 때, 어떤 분위기에서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하늘과 땅 만큼 차이가 나게 됩니다. 자녀와 대화에서도 그 자리에서 당장 하고 싶은 말을 퍼붓지 말고 적절한 타이밍을 찾으면 좋습니다. 화가 난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거부감만 일으킬 수 있어요.”

서 대표는 ‘청지기’ 신앙은 돈 뿐만 아니라 감정과 관계에서도 반드시 되새겨야 할 요소라고 강조했다. 배우자나 자녀, 부모, 동료, 교우 모두 자신의 삶 속에 맡겨진 소중한 관계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 관계에서도 본인이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죠. 그러면 거룩한 두려움을 갖게 됩니다. 함부로 내 감정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특히 자녀도 내 것이 아니라 내게 맡겨진 하나님의 자녀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가족 관계에서는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 주는 게 필수적이라고 서 대표는 덧붙였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도 각자의 ‘버블’이 있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버블’이 중복되면 충돌이 일어나고 갈등이 파생된다는 지적이다. 

“소위 바운드리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서로 자기만의 고유 영역이 있고 이를 존중해 줘야 하는데 영역이 겹치면 상대방은 침입자가 되는 겁니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과잉 책임감도 문제입니다. 지나치게 돌보고 개입하다 보니 자녀의 ‘버블’을 침해하게 되고 분쟁이 터지는 거죠.” 

서 대표는 “아내를 옆집 여자로 여기고 남편을 옆집 아저씨로 여기라’며 “자녀도 버블을 인정하고 기다려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영역을 존중할 때 감정 충돌의 위기를 피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사춘기 자녀는 한마디로 독립전쟁 중인 겁니다. 앞에 흙탕물이 뻔히 보여서 부모가 구해줘도 자녀는 부모의 간섭을 탓하고 원망하기 마련입니다. 그저 울타리가 돼 주고 가이드 역할만 하면 됩니다.”

관계에서 ‘말투’가 차지하는 영향력도 지대하다고 서 대표는 지적했다. 항상 ‘당신 또는 너’ 대신에 ‘나’를 주어로 말을 시작하는 훈련을 해보라고 조언했다.  

“평소에 부르는 호칭도 중요해요. 또 ‘뭐뭐 했냐?’같은 말은 절대 쓰지 말아야 합니다. 가정에서 사모가 남편을 목사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오히려 가면 효과라는 부작용을 가져 옵니다.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를 매일 5번 말하는 습관을 쌓아 보세요. 나의 뇌가 가장 먼저 보고 듣고 효과가 점점 커져 갑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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