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혼자 남은 낙엽, 스산한 꽃샘 바람이 흩날리는 초봄
불쑥 내 방에 찾아온 불청객, 너무 낯설어 차 한잔 내밀고 뒤돌아 앉았다
며칠 묵고 가겠지, 웬걸 갈 곳이 없다며 죽치고 있는 걸 긴 호흡을 내쉰 후 어린 손주 달래듯 해 보지만 헛수고이네 제 집인양 주인 행세도 하네
밤에는 내 침대에서 같이 자다 뒤척거리는 소리에 밤잠을 설친다 외출하려 신발을 신으면 벌써 문 앞에 서있네 걸리적거리는 그는 바쁜 일상의 내 발목을 잡아 집안에 주저앉혀 놓곤 한다 속상해서 혼자 중얼거리다‘ 시인과 나’ 연주곡 볼륨을 올리고 시어들과 춤을 춘다
가끔 꿈을 꾸어본다 메마른 갈대 나부끼는 바람 부는 날, 긴 코트 걸치고
길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그리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내 마음의 색깔을...
헤어짐을 두려워 하는 중년의 나이에 이별을 기다려야만
너와 나의 동거
겨울과 봄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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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시인.뉴욕시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