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신 퇴비화법’ 통과됐다

2019-04-23 (화) 윤여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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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퇴비화법’ 통과됐다

워싱턴주, 전국 최초로 매장 및 화장 대안으로

사람이 죽은 뒤에 시신을 매장하거나 화장하지 않고 퇴비로 이용하는 법안이 워싱턴주에서 통과됐다.


주 하원은 지난 19일 일명 ‘인간 퇴비화’(Human Composting)로 불리는 SB-5001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이미 주 상원도 통과해 제이 인슬리 주지사의 서명을 거치면 내년 5월1일 발된다. 민주당 소속인 인슬리 주지사는 이 법안에 찬반 의견을 피력하지 않았지만 거부권(Veto)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경우 워싱턴주는 전국에서 인간의 시신을 퇴비로 만드는 것을 합법화하는 최초의 주가 된다.

민주당 소속인 제이미 피더슨 주 상원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그동안 워싱턴주에서 몇년간 논의돼오다가 이번에 사실상 법제화에 성공했다.

이 법안의 골자는 사람이 죽은 뒤 시신을 처리하는 방식에 있어 매장이나 화장 대신 퇴비화를 통해 거름으로 쓰자는 것이다.

시신을 퇴비로 만들기 위한 실험은 워싱턴주립대(WSU)에서 시행됐다. WSU 토양학과 린 카펜터 교수는 지난해 기증받은 6구의 시신을 풀과 미생물 등을 활용해 급속도록 부패시켜 퇴비로 만드는 실험에 성공했다. 시신이 퇴비처럼 분해되는 데 걸린 시간은 30일 정도였으며 그 과정에서 별다른 악취나 유독성 물질도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이 같은 실험 성공을 바탕으로 이를 상업화하려는 ‘리컴포지션’(Recomposition) 업체도 등장했다.

‘리컴포지션’의 카트리나 스페이드 최고경영자는 “사람이 죽은 뒤에 자신의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자신의 시신을 썩혀 정원이나 나무의 거름으로 쓰는 것도 좋은 장례문화”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 회사는 시신을 퇴비화해주는 비용으로 시신 한 구당 5,500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매장할 때 필요한 관이나 묘지, 화장할 때 드는 화석연료도 없는 ‘인간 퇴비화’는 미국 장례문화의 급속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선 지난 2002년 28%였던 화장 비율이 2015년 48.6%로 크게 올랐고 2035년에는 8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윤여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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