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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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도착할지는 모르는 일

2019-04-24 (수) 이태상/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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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의미 없고 형태 없는 혼돈의 카오스(Chaos)에서 질서 정연하고 아름다운 우주 코스모스(Cosmos)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코스모스란 단어와 화장품이란 뜻의 코스메틱스(cosmetics)의 어원이 같은가 보다.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에게도 큰 영향을 준 19세기 러시아의 철학자 니콜라이 페도로비치 페도르브(Nikolai Fedorovich Fedorov, 1829~1903)는 인류가 당면한 가장 절실한 문제는 죽음이고 이 죽음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

우리가 우리 부모로부터 우리 생명을 받았으니 부모에게 생명을 돌려드리는 것이 자식 된 우리 의무이자 도리라고 그는 주장했다.

그에게 있어 죽음이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과 미세분자(mol ecules)의 해체를 의미할 뿐이다. 따라서 해체된 이 모든 요소와 분자들을 다시 제대로 조합만 하면 잃어버렸던 생명을 되찾게 될 것이라고 그는 믿었다. 해체 분해된 분자들은 지구를 떠나 우주 공간으로 흩어져 떠돌다가도 어쩌면 다른 별에 정착해서 다시 생명체로 부활할 수 있으리라고 페도로브는 생각했다.


지구에서 태어나 살다 죽은 생명체들이 다른 별로 이주해서 생명이 연장되고 영생 불멸한다는 얘기다. 이는 모름지기 동물, 식물, 광물, 아니 생물, 무생물 가릴 것 없이, 우주만물이 우주 생명체의 DNA란 말이리라.

우리 의식이 어떻게 우리 두뇌로부터 생기는지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리가 지구 어디에 살고 있든 우리는 이미 인공지능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같은 것을 보고 느끼며 소통하고 있지 않나.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사회적 내지 영적으로 교신하고 교감하게 되었다.

‘자아’란 것이 하나의 환상이고 환영에 불과하다면 이 자아의식이 어떤 기구나 기관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이동하고 전달되든 무슨 상관이 있으랴.

드로소필라 멜라노가스터 (Dro sophila melanogaste)라 불리는 과실 파리가 있다. 유전 연구대상이 된 이 해충은 13만5,000개의 뉴런 (neurons)과 시냅시스(synapses)로 구성되어 있는데 수년 내에 그대로 복제가 가능하리라고 과학자들은 내다본다. 어떻든 인간의 두뇌는 거의 1,000억 개의 뉴런을 갖고 있는데 이 숫자는 은하계에 있는 별들의 숫자와 맞먹는다고 한다. 아, 그래서 영국의 시인 새뮤엘 코울리지(Samuel Coleridge,1772-1834)도 그의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내 다정한 친구야! 뭐든 꾀한다고 부끄러워할 거 없다. 4000년도 못산다고 생각할 수 없지. 그 정도만 산다 해도 네가 하고 싶은 일 다 할 수 있지 않겠니. 정녕코, 그만큼 살더라도 네가 하는 일에 더러 문제가 좀 생기겠지만 걱정 마라. 항상 낙관하고 꿈꾸다 죽거라! "
콜럼버스가 그랬듯이 우리도 어디로 향하는지는 막연히 안다 해도, 어디에 도착할지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

<이태상/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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