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이클링 챔피언이 홈리스

2019-04-16 (화) 서필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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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링 챔피언이 홈리스

올림픽서 메달도 딴 트윅 여인 시애틀 길거리 헤매

지난 80~90년대 세계 여자 사이클링 챔피언 대회에서 여섯 차례나 우승하고 두 차례 올림픽대회에서도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유명 여성이 시애틀에서 5년 넘게 홈리스로 살고 있다.


어려서부터 ‘자전거를 타려고 태어난 아이’라는 말을 들은 레베카 트윅(56)은 14세에 워싱턴대학(UW)에 특채돼 곧바로 주전선수가 됐고 학업성적도 뛰어나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17세 때 당대의 명 사이클링 코치였던 에디 보리스위츠에 발탁된 그녀는 콜로라도스프링스의 올림픽촌에 입주해 훈련한 후 1984년 올림픽대회에서 간발의 차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트윅은 그 후 미국 및 국제 사이클링대회에 연간 60여 차례나 출전, 세계기록을 잇달아 갈아치우며 미국의 대표적 사이클링선수로 자리매김 했다. 사이클링 전문지는 물론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와 배니티 페어 같은 주요 잡지들도 그녀의 성공사례를 대대적으로 다뤘다.

결혼한 후 곧바로 이혼한 트윅 여인은 텍사스에서 자전거사고로 13 바늘이나 꿰매는 중상을 입고 26세에 선수생활을 중단하고 샌디에이고의 해산물회사에 컴퓨터 기술자로 취업했다. 하지만 적성이 맞지 않아 사퇴하고 선수로 복귀, 1992년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다. 하지만 1997년 세계대회에서 8위에 그치자 선수생활에서 정식 은퇴했다.

그녀는 재혼해 딸을 나았고 생업을 위해 IT 회사를 몇 군데 전전했다. 하지만 책상머리 일은 그녀를 따분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훈련 스케줄을 자신이 조정했던 선수시절처럼 직장도 맘대로 결근했다. 한번은 5일간이나 무단결근했다. 동료들이 경찰에 그녀의 안위를 점검해달라고 신고했고, 직장에 돌아온 그녀는 해고당할 눈치가 보이자 자진 사직했다.

그로부터 그녀의 홈리스 생활을 시작됐다. 처음엔 친지와 동료들 집에 얹혀 지내다가 보호소에 들락거리게 됐고 한동안은 자기 차에서 살기도 했다. 지난달 시애틀에 폭설이 내린 후 트윅 여인은 자신도 다른 홈리스들처럼 길거리에서 잠을 자야 마땅하다고 판단, 비닐 쓰레기백과 얇은 깔개 하나만으로 노숙했다가 지독한 감기에 걸려 병원 신세를 져야했다.

감기에서 회복될 때까지 친척 집에 다시 신세지기로 했다는 트윅 여인은 자신이 유명 사이클링 선수였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주거배정 혜택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한다. 그녀는 자신의 짧지 않은 홈리스 생활을 통해 터득한 가장 시급하고 효과적인 대책은 시애틀의 1만2,000여, 전국적으로 50여만명을 헤아리는 홈리스들을 위해 서민주택을 더 많이 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필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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