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자는 때를 알고 움직인다

2019-04-06 (토)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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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아침 저녁으로 찬기운을 느끼지만 한낮의 햇볕은 봄기운을 확실히 자랑하고 있다. 개구리가 뛰어 나오는 경칩도 벌써 지났고 성질 급한 수선화는 벌써 곳곳에 몽우리를 맺거나 꽃을 피우고 있다.
이렇듯 자연은 때가 되면 정확하게 움직인다. 물론 심술 굳은 하늘의 기운이 갑자기 눈을 내리고 꽃을 시샘하는 정도를 넘어 한겨울의 추위를 떨친다해도 3일을 넘기지 못하고 태양의 기운에 밀려나게 된다. 그러니 일찍 꽃망울을 피웠던 꽃들도 3일을 버티면 살아난다.
인간세상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인류가 계절의 변화를 이해하면서 때를 알게 되었고 또 그 때의 계절의 특성을 기록하면서 자연 순응적 생활에서 자연의 흐름을 응용하여 움직이는 문명의 시대를 만들게 되었다.
또한 이런 자연 흐름과 순환의 변화를 기초로 인간의 운명을 예측하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 동북아시아에서는 주역을 근간으로 하는 역학(철학)을 만들게 되었다.
역학은 유교의 우주론을 이해하는데에 필수적인 학문이기도 하다. 주역의 코드는 변화라고 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핵심 코드는 때(시점)이라고 한다. 만물이 때에 따라서 흘러 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역에는 길흉(吉凶)이라는 단어가 많다고 한다. 그것은 때에 따라서 움직이면 길하고 때를 놓치면 흉하다는 것이다.
왕족의 후손이었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강태공은 나이 80이 될 때까지 낚시만 하면서 세월을 기다렸다. 그러다가 서백(주나라 문황)이 인재를 구한다는 소문을 듣고 밤에는 천하경영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낮에는 서백이 지나갈 만한 길에서 낚시를 드리우고 1년을 기다렸다. 그리고 딱 한번 만난 서백에게 자신의 천하경영론을 설파하고 주나라의 재상이 되었다. 후대들은 강태공을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하지만 그는 세상의 흐름을 읽고 철두철미한 준비를 하고 자기에게 올 기회를 기다렸고 마침내 기회를 확고하게 잡은 것이다.

성공은 때(시절)을 알고 미리 준비를 하고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기회라고 판단하는 결단을 내려서 기회를 잡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또 멈춰야 할 때 멈출 줄 알아야 이룬다. 그러지 못하면 그것이 흉(凶)이 된다. 아무리 거센 바람이라고 해도 바람은 한쪽으로만 불지 않는다.

강태공은 자기에게 유리한 바람이 불 때까지 경거망동하지 않고 멈춰서 기다렸다. 그래서 현자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자신을 철저히 준비하고 기회를 잡는 결단력을 가지고 있고 멈춰 기다려야할 때를 정확히 알고 움직이는 사람이다.


미국의 역사는 이민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 수많은 인종들과 민족들이 미국에 들어와서 미국인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마다 자기들의 때가 왔을때 과감히 나서서 미국 역사의 한시기 당당한 역할을 하면서 미국의 주역이 되었다.

미주 한인들도 이제 당당한 주역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흐름을 읽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유권자 등록과 투표 참여로 커뮤니티의 단결된 의지를 만들고 우리에게 유리한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곳곳에서 실력을 쌓아야 할 것이다. 그 시작과 과정 모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유권자 등록과 투표 참여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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