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남자같은 여자

2019-04-05 (금) 윤석빈/ 은퇴 심리학자
크게 작게
결혼을 한 뒤에 아내로부터 ‘전형적인 한국남자’ 라든지 ‘홀어머니의 외아들’로 자라서 버릇이 없다는 말을 빈번하게 들어왔다.

어쩌다가 여자 형무소에서 일을 하고 딸자식만 낳아 기르다보니 종종 여자의 운명과 속성에 대하여 골똘이 생각하는 습관같은 것이 생기게 되었다. 남녀평등주의 시대에 사는 요즘 여자에게 여자답다든지 남자에게 남자답다고 하면 그러한 표현은 비판적이고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심지어 성서 번역 중에 하나님의 성을 남성으로 하느냐 여성으로 하느냐, 마귀의 성은 남성인가 하는 논란까지 일어 성차별주의 언어표식을 피하기 위하여 남성도 여성도 아닌 중성으로 표기하자는 말도 나돌고 있다.


얼마 전에 나온 한 인류학자의 연구 보고에 보면 캐나다 지방에 피에간(Piegan) 이라는 인디언 부족이 있는데 이 인디언 부족사회에는 ‘남자같은 여자’ 라는 칭호를 받는 여자들이 있다고 한다. 이 피에간 인디언 사회는 철저한 남성 중심의 사회로서 이 사회의 여자들은 겸손해야 하고 복종해야 하면 친절을 베풀고 언행도 조심해야 하는 규례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일지라도 ‘남자같은 여자’라는 칭호를 가진 여자들은 다른 일반 여자들이 지키는 규례에서 제외되며 남자와 꼭같이 공격적이고 거만하고 담대한 행동을 자유로이 취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이들은 남자와 같이 남이 보는 앞에서 소변을 보고 남자들이 부르는 노래를 부르며 남자들 틈에 끼어 그들과 함께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저들에게는 남자 족장과 동등하게 태양무 (Sun Dance) 의 예식을 접전하고 소집하는 권한도 있다고 한다. 이혼도 자유로이 할 수 있어 ‘남자같은 여자’ 들 중에는 결혼을 여러 번 한 여자들이 많으며 그들의 남편 나이는 대개 5년에서 25년 연하의 남자들이라고 한다. ‘남자같은 여자’ 의 자질과 자격으로는 훌륭한 아버지 밑에서 총애를 받고 자란 여자, 어려서부터 남다른 재능을 보여온 여자. 부자와 결혼한 후 그 남편의 죽음으로 재산을 물려받은 여자들을 들 수 있다고 한다.

현재 미국에는 남자보다 훨씬 많은 수의 여자가 우울증에 걸린다는 집계가 나와있다. 약하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육체적, 성적 피해를 받아오고 경제적 독립력이 없어 남자에게 의존하여 살아야 하는 신세, 직장을 가져도 집에 돌아와서는 일을 해야 하는 신세, 월경 불순 및 어려운 분만, 소파 수술 따위 여성의 문제에서 오는 고통이 여자를 더 우울하게 만든다.

피에간 인디언의 ‘남자같은 여자’ 는 확실히 오늘의 여성주의자의 모델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여자여, 남자와 같이 되라는 모토(Motto)에 따라 모든 성차별이 없어지고 남존여비같은 습관이 없어지면 남녀 우울증 환자의 수도 같아질 것이다.

<윤석빈/ 은퇴 심리학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