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복음주의, 백인 위주 탈피해야

2019-04-04 (목)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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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수인종 포용만이 살 길, 무종교인 저변 확대해야

▶ 미 복음주의의 미래는

복음주의, 백인 위주 탈피해야

복음주의 교회의 미래는 다민족에 달려 있다. 사진은 교회에서 침례 예식을 행하는 모습. [AP]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이뤄지고 진행된다. 복음주의는 교회의 뿌리이자 열매다. 광속으로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복음주의 미래에 대한 관심과 우려도 크다. 특히 인종 구성이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에 교회와 복음주의가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크리스티애너티투데이(CT)는 지난 1일 ‘인종, 종교 그리고 미국 복음주의의 미래’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서 이스턴 일리노이대학교 정치학과 라이언 버지 교수는 복음주의 개념이 ‘백인 개신교인’으로 집약되고 있다며 인종적 다양성이 확대되는 여건에 맞지 않는 부정적 뉴스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복음주의는 미국의 인종적 다양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오는 2045년에서 2050년 사이에 백인 인구의 비중은 절반 아래로 감소한다. 이런 상황에서 백인 인구의 평균 연령은 급격하게 높아지지만, 다른 인종의 연령대는 상대적으로 젊어지고 있다. 또 소수 인종의 출산율이 백인을 추월하게 된다. 백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복음주의 구성 판도가 바뀔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밖에도 ‘무종교’ 인구에서 흑인과 히스패닉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된다. 공동의회선거연구소(CCES)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21세 미만 히스패닉과 흑인 인구의 3분의 1이 자신을 ‘무종교인’이라고 정의했다.

조사 연령대를 40세로 확장할 경우에도 히스패닉은 20%, 흑인은 30%가 스스로 종교가 없다고 밝혔다.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양육하는 소수 인종의 종교적 상태를 보여주는 통계 결과다. 이는 복음주의 신앙이 저변을 확대할 여지가 소수계에서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게다가 예배 참석률은 백인보다 소수 인종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다. 매주 예배에 출석하는 교인의 비중을 인종별로 조사한 결과, 백인은 31.4%에 불과했지만 아시안에서는 51.7%로 급증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음으로는 인종이 섞인 경우가 38.1%, 히스패닉이 36.7%, 흑인36.4%를 차지했다. 백인 중심으로 흘러가는 현재의 복음주의가 바뀌지 않으면 안되는 당위성이 드러나는 통계다.

특히 주 1회 이상 예배를 드리는 비중은 히스패닉에서 30%, 아시안 23.2%로 나타나 백인의 19.6%를 크게 앞질렀다. 이 통계를 정리해 보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교회 예배에 참석하는 비율이 백인에서는 51%로 나타났지만 아시안과 히스패닉 인구에서는 거의 80%에 육박한다. 흑인에서도 60%에 가까운 인구가 여기에 포함된다.

디지털 혁명으로 인간 생활이 지속적으로 고립되고 있는 와중에 교회는 모든 인종이 공통의 소통을 이룰 수 있는 현장이 될 수 있다고 사회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커뮤니티 안에서 정치적 인내심을 증진시키고, 사회 참여도를 높이며, 정치적 지식을 크게 향상시키는 등의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은 복음주의 모습이 바뀔 수밖에 없다는 전망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복음주의라는 백인 중심이라는 수준에서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통계는 젊은 소수계 인구가 신앙을 받아들이고 교회에 참석하며 복음주의 교회의 강력한 일원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계속 나누면서 복음주의가 영향력을 유지한다면, 앞으로 복음주의는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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