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통신] 생명이 빛나는 계절에
2019-04-04 (목)
진월 스님/고성선원장
어느덧 사월입니다. 신록이 짙어지며 봄이 한 고비를 넘기는 시절입니다. 초순에는 날씨가 맑고 따뜻해져 청명(淸明)의 계절로 나무를 심고 곡식의 씨를 뿌리기 좋은 때이며, 하순에는 초목에 단비도 내리는 곡우(穀雨)의 시절, 이 무렵에 딴 잎으로 만든 차 맛이 으뜸으로 통하지요. 이른바 우전(雨前) 즉, 곡우 전에 만든 차로서, 야생의 전통 녹차 맛을 즐기는 다인에게는 한해의 멋진 시작을 음미하며 즐길 수 있는 일품의 생산기입니다. 한때 정치 상황으로 불우했던 다산 정약용과 완당 김정희 같은 고준한 선비들을 위로하며 차를 나누고, 차원 높은 인문의 성숙과 의연한 정신으로 기품을 높인 초의선사의 다선일미(茶禪一味) 가풍이 새삼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한식(寒食)날을 즈음해서는 조상들은 물론, 의로운 선인들의 삶을 되새기고 추모하며, 우리 스스로 올바로 살아가기를 다짐해 보기도 해야 할 줄 압니다.
현대 한국인들에게는 사월 하면 생각나는 것이 ‘4.19 혁명.’ 지난달 삼월에는 일본의 국권침탈에 대항하여 외세로부터 자주독립을 주창한 ‘3.1만세운동’이 강조되었다면, 이달에는 독립이후 대한민국 내부의 일로서 독재와 정권의 부패를 척결하고자 나섰던 민주혁명을 기려 봅니다. 현 대한민국헌법전문에 그 토대로서의 역사성과 중요성이 명시된 유념하여야할 역사적 사건들입니다. 개인의 권력과 치부의 욕심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공정의보다 사사로움에 치우쳐서 개인 자신은 물론 국가적으로 큰 불행을 가져온 사악한 인물들을 축출한 역사. 근년의 촛불혁명의 뿌리가 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국가 사회의 발전에 어른들의 지혜와 경륜에 의한 모범적인 역할도 필요하지만, 기득권에 오염되지 않은 양심과 정의감에서 솟아나는 학생들을 비롯한 순수한 젊은 열정이 역사 발전과 변화의 동력이 되었음에 주목하게 됩니다. 개인적 이기심과 안일을 벗고, 민주사회 대중 공동체의 이익과 진전을 위해, 꽃다운 나이에 산화한 젊은이들의 헌신과 희생을 되새기며, 그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하겠습니다.
근년에 새롭게 민중의 관심을 일으키는 바, 또 다른 사월의 아픈 사건들, ‘4.3사건’과 ‘세월호참사’가 공공기관의 사건 대처와 수습능력에 대한 역사적 비판과 아쉬움을 주고 있습니다. 관련 진실에 대하여 말하기조차 꺼려질 만큼, 수많은 무고한 양민들과 특히 어린이들까지 억울하고 황당하게 고귀한 삶들을 무의미하게 마치게 된 슬픈 사연들을 돌아보면, 국민을 보호하고 책임질 공공기관들과 책임자들의 부실 및 무능의 위험과 재앙을 느끼게 합니다. 이 좋은 계절에 왜 우울한 이야기를 들먹일까요? 우리가 역사의식이 없으면 현실을 제대로 살 수 없고, 미래를 올바로 준비할 수 없겠지요. 국가나 기업 등등, 크고 작은 사회의 지도자와 책임자의 자질과 능력이 그 조직의 운명에 끼치는 영향을 돌아보게 합니다. 우리의 조국인 한국과 우리가 살아가는 미국 사회의 건전한 발전과 향상을 위하여, 우리 스스로 항상 역사를 잊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깨어있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여야 하겠습니다. 생명이 꽃피는 계절인 사월! 뜻 깊고, 멋진 삶을 누리시기를 빕니다.
<진월 스님/고성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