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욕의 단체 생활

2019-04-03 (수) 오해영/ 전 뉴욕상록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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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갯머리 송사는 아무도 못 당한다고 하듯 내게는 뉴욕이 이민 첫 정착지이자 아내와 같은 연정을 느끼는 곳이기도 하다.

손이 안으로 굽듯이 내가 속해 있는 단체장 말이라면 단체에서 은퇴 한지 오래 되었지만 무엇이든지 "오케이"다. 단체장은 절대적이다. 종교단체도 예외일 수는 없다. 신부나 목사나 불교의 스님이나 이 모두 절대적인 존재가 돼야한다.

그것은 단체가 제도면에서 공공집단의 룰을 유지하고 회원간에 또는 신자들 간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그런 집단을 만들어 지속적이고도 항구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단체가 되도록 하기 위한 때문이다. 특히 뉴욕의 각 단체들은 미주 타지역 어느 단체보다도 조화롭고 유기적이며 협력적인데다 상호 보안적이고 전향적이다. 이것이 뉴욕의 단체 생태다. 매우 자랑스럽다.


단체란 소수의 세력을 다수화 시키는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치에 대도(大道)가 있듯이 단체에도 대도가 있다. 단체장의 일거수일투족이 어느 길을 가는 것이며 어떤 일을 하는 것인지 뚜렷한 목표가 설정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단체가 생성할 수 있으며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다.

옛 사람들이 자주 쓰던 ‘풍자(諷刺)’ 라는 말이 있다. ‘풍자’는 본래 현실에 대한 부정적이며 비판적인 태도에 근거를 둔다.

강도 높게 대상의 약점을 폭로 하고 규탄하기도 하고 지배 계급을 비꼬고 비웃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대상이 되는 인물이 바로 단체장이다. 잘 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항상 ‘타깃’ 대상이며 고독과 외로움에 젖어 있다

우리의 이민생활에 있어서 단체는 필요 하다. 그러다 보니 단체도 많고 교회도 많다. 이름만 걸어 놓은 단체가 허다하다. 왜인가 우선 몇 사람이 모여 단체를 결성한 다음 회장이라는 이름 석자가 지상을 통해 오르내리면 우선 대인 관계가 달라진다.

즉 어떤 모임에 가면 모모 단체장이라고 소개를 해주며 상대방이 허리를 굽혀 꾸벅 절을 하면서 두손으로 악수를 해주고 자신이 하는 사업에 직간접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주위 사람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처럼 보이고 우쭐한 기분이 드니 왜 아니 하겠는가.

그러나 이런 것들은 모두 착각이자 아무 소용없는 ‘무형의 소치’ 다. 그런 단체장일수록 자신의 권위와 위신을 채우려 한다. “채우려 할수록 차지 않는 것이 인생이며 채우려하지 말고 채움을 당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라. 그러면 채워질 것이다." 이 말은 작고한 전 뉴욕 김세진 총영사께서 (1980년2월~1984년 3월 재임) 뉴욕단체장 간담회에서 하신 말씀으로 지금까지 필자의 가슴 한구석에 깊게 자리잡고 있다.

<오해영/ 전 뉴욕상록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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