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꿈은 영어로? 한국어로?”

2019-04-02 (화) 정강 밀러/머시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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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체스터 칼럼

미국친구들이 자주하는 질문이 있다. 꿈을 영어나 한국어 중 어느 언어로 꾸냐는 것이다. 내 대답은 당연히 ‘한국어를 하는 사람들이 나오면 한국말로, 상대가 영어를 하면 영어로 꿈을 꾼다.’이다. 잠꼬대도 꿈에 따라 영어나 한국어로 하는 것 같다.

생각은 어느 언어로 하는지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 그 질문을 한참 생각 해 보았다. 생각을 따로 영어나 한국어로 하지 않지만,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 할 때 특정한 언어를 선택해 사용하는 것 처럼, 나의 생각을 표현할 때 표현 하려는 언어 구조에 맞도록 생각을 정리하고 만들어가는 작업을 한다. 이중언어 사용자로서 개념에 따라서 그에 맞는 표현 수단인 언어를 고르게 되는게 아닌가 한다.

영어를 배우고 사용한지 오래 되었지만, 어떤 개념들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속담이나 관용구는 특히 문맥이나 상황이나 어원의 유래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필요로 한다. 아직도 편안하게 쓰는 속담과 관용구는 많지 않다. 특히 단어의 의미와 문법을 적용하려고 하면 실수가 연발하게 된다.  


아무리 문법적으로 바른 문장이라 하더라도 적정한 상황에 맞추어 쓰지 못하면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어떠한 표현이 어떠한 상황에서 쓰이는가 하는 점은 언어권에 따라 차이가 많다.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로 단어를 바꾸어 쓰는 경우가 많다. 발음이 비슷한 단어를 쓰거나, 연관성이 있는 단어를 대신 쓰거나 한다.  

예를 들면 ‘It is as easy as a piece of cake’은 일상 속 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cake’ 대신에 ‘pie’를 대신 쓰는 경우이다. 아마도 한국어 속담인 ‘식은 죽 먹기’ 대신 ‘식은 밥 먹기’를 잘 못 쓰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한 미국 친구는 남편이 외국인인데 영어 대화체에서, ‘전반적 또는 전면적이라는 뜻으로 자주 쓰이는 숙어인 ‘across the board’를 ‘across the boat'라고 해서,  boat가 아니고 board 라고 고쳐 주지만, 남편은 매번 똑 같은 실수를 한다고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아마도 그 숙어의 어원을 모르는 친구 남편은  ‘board’대신 소리가 비슷한 ‘boat’를 쓰면 미국사람에게는 이상하게 들린다는 것을 모를 수 밖에 없다.

쉬운 개념이나 표현도 마음이 조급 하거나 예상 외의 상황이 닥치면 생각이 잘 나질 않는다.

예전에 맨하탄에서 버스 뒤쪽 문이 열리지 않았을 때 버스 운전사에게 ‘driver’라고 외쳤었다. 급한 상황이라 무슨 말을 해야할지 생각이 도무지 나지 않았다. 옆에 있던 한 승객이 ‘back door’라고 하자 운전사가 문을 열어주었다.

그렇게 쉬운 단어가 왜 떠오르지 않았을까. 아마도 한국에서 ‘(운전사) 아저씨’라고 부르던 습관 때문에 ‘driver’라고 외친 것이 아닐까 한다.

<정강 밀러/머시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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