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폐에도 심장에도 나쁜 탈원전 정책

2019-03-29 (금) 최덕광/원자력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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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한국을 뒤덮는 빈도가 잦아지며 일상생활은 물론 국민건강을 심히 해치고 있다. 원전 사용의 축소, 중국 석탄발전소들의 미비한 정화시설, 한·중국의 수없는 공장과 노후차량에서 뿜어내는 매연과 유해먼지로 한반도는 몸살을 앓는다.

머리카락 두께의 1/30도 안 되는 초미세먼지(<2.5㎛)는 폐와 심혈관을 해치고 특히 천식과 기관지염에는 치명적이라 한다. 이 먼지로 미국은 연 2만명의 희생이 있다며 평균농도 15에서 12㎍/m3로 강제하고 연방의 보조금 삭감과 연계하고 있다. 한국의 전국평균 최대치는 150㎍/m3에 이르고 평균치도30㎍/m3이상이라니 가히 연중무휴 걱정꺼리다.

발전소와 공장, 차량의 화석연료 연소에는 무해한 CO2는 물론 재, 먼지, 검댕이, 질소와 황 또 중금속의 산화물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항상 분출된다. 이 연소 가스를 철저히 정화한다면 먼지나 스모그를 크게 줄일 것이다. 가령 재, 먼지 등은 미세필터로, 질소와 황의 산화물은 환원제와 촉매로 잘 잡힌다. 그러나 이에 필요한 대형 백하우스, 환원제 주입, 촉매 변환시설과 세정기(scrubber) 등 비싸고 번거러운 장치들을 써야하며 한·중국에서는 제대로 운용되지 못한다.


연소를 원자력으로 대체하면 정화시설 없이도 오염물질을 크게 줄일 것이다.
한국은 둘째가는 원전대국이며 원전의 비중을 어렵지 않게 올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다. 원전의 건설공정과 공기를 맞추는 데는 으뜸이다. 질 좋은 부품생산과 가격 경쟁에도 뒤지지 않는다. 중요한 안전운전에도 경험을 많이 쌓았다. 쉽게 얻을 수 없는 이 귀중한 동력원을 외면하고 밀수한 석탄까지 쓰며 공기를 더럽혀서야 되겠는가?

운전과 제어의 실수는 늘 있고, 막연한 대중의 위험 인식도 있다. 하지만 확률도 없는 가상의 경우를 다 대비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인간의 경험한계치를 초과해 설계된 한국의 원전(APR1400)은 적어도 대형 사고를 막는 데는 충분하다. 삼·사중의 방사선 차단벽도 있고 어떤 재해에도 원자로심만은 절대 냉각하며 보호하는 이 원전은 미국정부의 인정도 받았다. 한국 만큼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이 높은 나라도 이제는 드물다.

점점 늘어나는 사용 후 핵연료(SF) 처분에도 해결책이 보인다. 폐기보다 재활용으로 SF에 남아있는 엄청난 양(95%)의 에너지를 다시 쓰고 고준위 방사성물질도 대폭 줄이는 일거양득의 처리방법이다.

위험하고 비확산 약속을 어기는 핵물질 추출을 우회하는 방법들이 여러 곳에서 연구 실행되고 있다. 정부와 원자력계의 의지만 있다면 한국도 SF의 재활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수조나 원통에 보관되고 있는 이 SF의 가치도 크게 오를 것이다.

또 진행파원전(koreatimes.com/article/20130510/793576)과 같은 4세대에도 투자를 해야 한다. 실현되면 원전의 연료비는 더욱 절감되고 방사성 폐기물의 양은 좁은 국토도 충분히 수용할 정도로 축소된다. 기술정보 유출 문제로 쫓겨난 중국대신 한국이 이 원전개발에 참여해 먼 훗날을 준비하면 좋을 것이다.

재생에너지 활용에 노력은 하나 단가도 높고 미미한 발전 용량과 전력저장도 쉽지 않아 기본 동력원으로도 미세먼지 저감에도 도움이 별 안된다. 원전1기는 대형 석탄발전소 3기의 출력으로 2㎍/m3까지 초미세먼지 저감효과도 낸다. 원전을 대체할 전력수단을 특히 한국의 환경에서는 찾을 수가 없다.

한국정부는 자기당착에서 벗어나 국익과 국민건강을 배반하는 탈 원전정책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최덕광/원자력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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