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다림

2019-03-28 (목) 김해종/목사·전 연합감리교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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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이란 고통스럽고도 좋은 것이다. 기다리는 일이,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인류의 역사나, 한 사람의 인생에 '기다림'이 얼마나 많은가? 지금도 우리는 누구나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3월26일은 이승만 대통령의 144주기 생일이었다. 그 분의 생이야 말로 기다림과 기다림의 계속이었다. 일생을 한국의 독립을 위하여 운동하고 싸우며 산 그의 일생. 그는 20대에 한성 감옥에서 5년 7개월의 옥고를 치르는 중에도 막연히 석방 될 날을 기다리면서 ‘독립정신’이란 책을 썼고 감옥에 갇힌 사람들에게 전도하며 기다렸다고 한다.

영어를 잘하는 그는 1905년, 석방되어 한국의 독립을 청원하기 위한 사면을 안고 미국으로 가게 되었다. 1905년 2월 조지워싱턴 대학(George Washington University) 에 2학년 장학생으로 입학, 1907년에 학사 학위를 받고, 그 후 하버드 대학(Harvard University)에서는 석사학위를 받았고, 1910년 프린스턴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참으로 놀라운 실력이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 ‘미국의 영향하의 중립론'은 현재도 국제 정치학의 중요한 자료가 되고있다.


그 논문 중, 한반도와 같은 나라가 독립하려면 지정학적 조건이 무르익어야 되며 그러한 시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2차대전이 미국의 승리로 끝나고 드디어 지정학적 조건은 한국의 해방과 독립을 가져왔고 준비하며 기다리던 이승만 박사는 대한민국의 건국 대통령이 되지 않았는가?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기다려야 할 일들이 많이 있다. 참혹한 한국 전쟁을 치르면서 통일 한국의 날이 오는 것 같았으나 그날은 아직도 우리에게는 기다려야 될 미래인 것이다.

개인의 생에 있어서도 기다림은 항상 있다. 또 기다릴 사람이 있고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래서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애완동물이 도움을 준다는 것은 동물이라도 기다려 주는 것이 있다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우리 집에는 ‘니나’ 라는 고양이가 있다. 아내는 고양이를 좋아해 늘 고양이를 키웠다. 삼년 전에 불행하게도 아내는 알츠하이머로 기억력이 없어져 가고 있다. 차를 타고 나갔다 돌아와 아파트 지하 파킹 개러지에 들어와 집에 다 왔다고 하면 아내는 “이거 우리 집 아니야. 우리집에 가!” 하고 고집을 부리며 안 내리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게 우리집이야. 집에서 니나 (고양이)가 기다리고 있어”라고 말한다. 아내는 기다리는 니나가 있다는 말에 두말 않고 내리곤 한다. 방문을 열면서 ‘니나’를 부르며 고양이를 반가워한다. 우리를 기다리는 고양이… 그는 하나의 짐승인 것보다 귀중한 반려동물이다. 기다려 주는 사람처럼, 기다림의 대상이다.

기다림의 계절… 교회에서는 지금 사순절이다. 예수님의 부활절을 기다리는 성스러운 시기이다.

이스라엘 민족은 자기 그들을 구원해줄 메시야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오신 메시야는 이스라엘 민족의 해방자가 아니요 세계 인류의 구세주였다. 그는 가시관을 쓰고 십자가에 못박히는 ‘유대인의 왕’ 이었다. 그를 따르던 제자들도, 돌무덤에 갇혀버린 죽은 주님의 부활은 아직도 이해하지도 믿지도 못했다. 그들은 사흘을 기다려야 했다.
부활의 아침…그것은 막연한 기다림이었으나 이제는 믿는 자의 신앙의 중심적인 사건이 되었다. 막연한 기다림도 기다림이 있다는 것은 어두운 밤에 해 돋는 아침이 있다는 어김없는 약속을 믿는 것이다.

<김해종/목사·전 연합감리교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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