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케냐 여행을 다녀왔다. 나의 아프리카 여행은 빛과 색에 매혹되어 카메라 셔터를 수없이 눌러대다 왔다고 해야겠다. 동물들, 평원, 사파리, 모든 게 새로웠고 풍경도 사람들도 기후도 자연환경도 다 신기했다. 자연과 닿아 있는 삶이 그대로 펼쳐져 있는, 그대로 널려져 있는 곳이었다. 여기에 와서 살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다녀오면 다 화가가 되어야 할 것 같았다. 지붕은 분홍빛, 빨강이 많았고, 벽들과 사람들의 옷, 모든 것이 뛰어난 색감을 풍기며 자연 속에 박힌 작은 보석처럼 점점이 흩어져 빛
을 발하고 있었다.
한밤중 공항에서 내려 깜깜한 길을 달려간 숙소에서 자고 일어난 아침, 처음 내 눈에 보인 것은 큰 나무에 가득 달려있는 청보라색 꽃이었다. 자카란다라는 나무이다. 밝고 깨끗하고 티없는 날씨와 잘어울린다. 수없이 지천으로 피어있어 볼 때마다 새롭고 싱그러워 계속 더 보고 싶은 파란 보라 빛깔. 마침 그때가 그런 시기였을까? 풀이며 나무며 선인장이며 모든 나무들이 꽃을 달고 있었다.
첫날부터 만나기 시작한 꽃들은 여행 내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뚜렷하게 별처럼 생긴 노오란 색의 꽃이 나무에 달려 빛나고 있는 것도 참 신기했다. 어떤 나무는 빨간 새들이
나무 위에 가득 내려 앉은 듯 나무 윗 부분에 동산처럼 둥글게 빨간 꽃들이 앉아 있다.
그런 꽃 나무들 사이에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는 자카란다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아프리카하면 이제 자카란다의 푸른 보라색 꽃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사람들의 모습도 참 인상깊었다. 윤기 흐르는 조각같은 얼굴, 장대 같은 키, 날렵하고 날씬한 신체 등 내가 만나 본 그들은 참 아름다웠고, 밝게 웃는 그들의 모습은 기가 막히게 이뻤다. 무척이나 푸르고 하얀 구름이 크게 피어 오른 하늘에 햇빛이 얼마나 투명한 지 이 사람들의 피부나 얼굴이 왜 그리 예쁜지 알 것 같다. 그 자연에 그 사람들이다.
그들은 나무 밑에서 편안하게들 누워 잔다. 땅에 얼굴을 박고 자고 그냥 너무 편하게 누워서 자고들 있었다. 또 소나 양들을 지키는 사람들도 길가에 앉아 있거나 드러누워 있거나 엎어져 있기도 했다. 매일매일의 일들이니 이상할 것도 없이 그저 편한 자세로 동물들을 지키는 것일까? 공기가 깨끗하고 자연이 좋으니 그렇게 땅에 붙어 있는 것이 자연스럽다.
주로 밤에 비가 오고, 아침엔 신선한 태양이 떠올라 활개를 치며 명랑하게 기지개라도 펼치고 싶게 만드는 날씨 조차 무척 아프리카답다. 허리도 궁둥이도 나가는 게 아닐까? 오랜 시간 버스에서 덜컹일때 가졌던 생각은 다 어디로 달아나 버렸다.
아직도 계속 아프리카 꿈을 꾼다.딱히 대단한 스토리가 아니고, 그저 스쳐가는 듯한 장면들이다. 인상에 깊이 새겨진 것들은 꿈에서도 나타나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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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남/ 맨하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