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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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라고는 죄밖에 없다!

2019-03-26 (화) 조민현 요셉 신부/팰팍 마이클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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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죄를 짓게 한다면 그 손을 잘라 버리고 발이 죄를 짓게 한다면 그 발을 잘라 버리고 눈이 죄를 짓게 한다면 눈도 파버려라 하니 참 어떻게 보면 무서운 말씀이다.

이런 식으로 산다면 우리 중에 손 하나 제대로 달고 다니는 이, 제 발로 제대로 걸어 다니는 이가 없을 것이다. 죄짓는 대로 눈을 다 파버리면 세상이 온통 눈먼 장님들만 살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솔직히 우리 손으로, 우리 발로, 우리 눈으로 너무 많이 죄를 짓고 살아간다. 예로니모 성인께서 내 것은 죄밖에 없다고 하신 것처럼 마치 죄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사는 인생이이 아닌가 싶다.


나도 인터넷을 거의 매일 몇 시간씩 이용하는데 가끔 이상한 사진들이 올라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적이 많다.

그것이 뭘까 하고 한 번 마우스로 꾹 눌러 보면 그 때부터는 더 많은 사진들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신부인 나도 호기심과 유혹에 빠져 정신없이 들여다 볼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얼마나 한심한 생각이 드는지, 얼마나 불쌍한 생각이 드는지, 얼마나 지저분하고 불결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그것이 죄의 결과이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처음에 유혹을 하고 달콤하고 좋아 보이지만 나중에 뒷맛이 참 안좋은 것이다. 죄의 결과는 음침하고 시궁창 같은 냄새를 풍기는 것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중독이 있다고 한다. 더욱이 무서운 것은 음란성 인터넷이다. 그것을 밤새도록 부인 몰래 자식 몰래 보다가 부인한테 걸리고 심지어는 고등학생 자식에게 걸렸다고 한다. 정신없이 밤새도록 들여다보다가 딸 자식에게 걸렸다고 하면 아버지로서 그게 무슨 망신이냐. 평생 쌓아 올린 아버지로서의 인격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이고 무엇으로도 회복이 안된다. 한방에 다 무너지는 것이다.
제가 아는 한 분이 오랫만에 한국에 출장을 나가니 친구들이 다 모여 한잔씩 하다가 룸살롱에 가자고 했단다. 뭐 술 한잔 먹고 남들이 다 가는 곳이고 뭐 그게 죄를 짓는 것이라고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분이 미국에 돌아와서 꾸르실료 미팅에서 하신 말씀이 신부인 저에게도 깨우치는 말씀이었다. 성모님의 도우심으로 자기가 죄를 짓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느님께 감사하다고 하신다. 참 친구들끼리 어울리다가 남들 다 가는 곳인데 하며 갈 수가 있는데 하느님의 도움으로 대죄를 짓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 훌륭한 분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성령세미나에서 한 젊은이가 이야기하기를, 어느 날 갑자기 음란성 인터넷에서 벌거벗은 여자 사진들을 보면서 좋은 것 보다는 참 불쌍하다, 내누나 같고 내 여동생 같은데 참 안됐다, 불쌍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는 나의 힘이 아니라 하느님의 도우심 바로 성령의 은총이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참 은총의 말씀이었다.

‘ 갑자기 죄가 싫어집니다. 갑자기 죄의 유혹이 더럽고 음탕하고 불쌍하게 느껴집니다. 이제는 다시 죄짓지 않겠습니다. 약하디 약한 인간이라 매일 같이 쓰러지고 쓰러지지만 당신 은총으로 거룩하게 살아가렵니다. 하느님 이끌어 주십시요. 하느님 당신 은총으로 비추어 주십시요.’

<조민현 요셉 신부/팰팍 마이클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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