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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시대

2019-03-25 (월)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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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광고시대에 산다. 하루 종일 광고의 홍수에 밀려 떠내려 간다.

우체통을 열어보면 맨 정크메일. 이런 정크(쓰레기)도 읽는 한가한 인간들이 있기에 광고주들은 돈 들여 정크를 제조하고 배달까지 하고 있겠지. TV를 켜봐도 광고, 신문을 펴 봐도 광고, 라디오를 틀어도 광고, 광고의 올무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불쌍한 현대인이다. 제 얼굴을 큼직하게 내거는 TV 화면을 보면 오히려 내 얼굴이 빨개진다.
광고가 없는 세상이 있다면 거기가 천국일 것이다.

재미있는 광고들도 가끔 본다. 유행어가 될 만큼 멋진 광고문도 눈에 띈다. 몇 가지를 골라본다. “가을 타세요? 아니 커피 탑니다”(커피 광고) “결혼해 듀오”(결혼상담소), “놓치지 않을거야”(화장품), “닭다리 잡고 뿅”(전기구이), “대-한민국 짝짝짝”(통신사), “또 밟으면 데이트 청할겁니다”(교통공사), “라면 줄까 누면 줄까”(국수), “며느리도 몰라”(고추장), “뭘 봐? 껌 봐”(껌), “바람 부는대로 햇살 닿는대로”(구두), “밟지 말고 밟으세요”(교통공사), “밤 새지 말란 말이야”(컴퓨터), “부자되세요”(카드회사), “빨래 끝”(화장품)

광고하는 방법 중 하나가 간판이다. 큼직한 간판을 걸고 창문에까지 광고문을 붙였다. 한 가게에 세 개의 간판을 단 집도 있다. 코리아타운이라는 거리에 가면 너무 많은 간판 때문에 거리 전체가 지저분하게 보인다. 큼직하게 써 놓아야 광고가 잘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유치한 오해이다.


한국에서 극장에 가 보면 엄청나게 큰 영화 선전 간판을 극장 정문 앞에 걸어 놓았다. 그 간판에 눈이 끌려 들어가는 수준이라면 격 있는 문화사회는 못된다.

영화평을 보고 가거나 원작자의 이름이나 출연자를 보고 구경가는거지 간판 보고 구경가겠는가! 민도가 높을수록 간판은 단조롭고 색깔을 많이 안 쓰며 깨끗하다.

공산군이 서울을 점령하고 있을 때 책을 좀 읽을까하여 김 선생님댁을 찾았다. 그 분이 많은 장서를 소유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 집 문을 들어서자 기둥에 써 붙인 붉은 글씨가 눈에 띄었다. “일하기 싫거든 먹지도 말라”라는 문구였다. 김 선생님이 설명하셨다. “이 말은 내 말이 아니고 공산주의 이론을 정립한 레닌의 말이다.” 나중에 성경을 읽고 놀란 것은 바울도 같은 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닌이 성경을 인용하였을 리는 없고 이 말이 누구에게나 필요한 말인 것은 확실하였다. 공산주의 사회가 선전문을 크게 거리에 내붙인다. 가끔 뉴스에 평양거리가 나오는데 엄청 큰 글씨로 선전문이 거리에 내붙은 것을 볼 수 있다. 아주 초보적인 유치한 선전방법이다.

남에게 무엇을 알리는 광고의 방법은 물론 언어가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매체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자기의 국어를 배우고 외국어도 필요한 만큼 제2 외국어를 배운다.
한국 학교에서 영어는 필수이다. 희망에 따라 독일어나 일본어나 중국어를 배운다. 그러니 한국인은 미국인보다 배울 것이 더 많다.

대학도 차별이 있어 방과후 과외, 학원 등이 부득의한 과제로 어깨를 누르고 있는 것이 한국인의 안타까운 실상이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어가 필수과목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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