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2배, 30대 1.6배나 급증, 여성호르몬에 장기간 노출이 원인
▶ 비만도 발병 위험 2.5배 높여, 초기 암은 대부분 수술로 완치
최민철 분당차병원 부인암센터 교수가 자궁내막암 환자에게 치료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분당차병원>
선진국형 부인암인 자궁내막암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20~30대 여성의 증가율이 가파르다. 결혼·임신을 미루거나 안 하는 여성이 늘고 식습관이 서구화되고 있는 것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자궁내막암 진료를 받은 여성은 지난 2013년 1만1,629명에서 2017년 1만7,421명으로 50% 증가했다. 연령대별 환자 비중은 50대(36.8%), 60대(24.1%), 40대(19.9%), 70대(8%), 30대(7.9%), 20대(1.8%) 등의 순이다. 하지만 이 기간 20대(2배)와 30대(1.6배)의 증가속도가 가팔랐다. 결혼·출산을 하지 않은 여성이 적지 않은 연령대여서 암 치료를 위해 자궁·난소를 제거하기보다 가임력을 유지하는 치료법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조기에 발견하면 85% 이상 5년 넘게 생존=최민철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부인암센터 교수는 “최근 결혼·임신을 미루거나 안 하는 여성이 늘고 저출산, 식습관의 서구화, 비만, 당뇨, 빠른 초경과 늦은 폐경 등의 영향으로 자궁내막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조기에 발견하면 85% 이상이 5년 넘게 생존하는 등 완치율이 높기 때문에 적절한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습관 등 평소 자기관리와 함께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난자와 정자는 난관에서 수정된 지 3~4일 뒤 자궁 안쪽의 얇은 막인 자궁내막에 도달해 착상한다. 생명의 씨앗이 싹을 틔우는 자궁내막은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생리가 끝난 후 두꺼워지기 시작하고 임신하지 않으면 조직이 떨어져 나가면서 생리가 일어난다.
여러 이유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자궁내막 조직을 자극하는 기간이 늘어나면 암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세포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여성호르몬 노출 기간이 40년 이상으로 긴 여성은 자궁내막암에 걸릴 위험이 30년 이하인 여성의 3.64배나 된다고 한다. 비만으로 지방이 많아져도 에스트로겐 분비가 늘어나 여러 개의 난자가 동시에 성숙하거나 자궁내막이 과다증식해 정상체중의 여성에 비해 자궁내막암 발병 위험이 2.5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자궁내막암·대장암 등 암 가족력이 있어도 유전성 암종(린치증후군 등)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성호르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을 장기 투여한 경우에도 발암 위험이 증가한다.
자궁내막암은 아기가 생기는 자리에 발생하기 때문에 자궁적출이 불가피하다. 특히 생리불순이 심하거나 난임 환자에게 잘 생기기 때문에 자궁내막암 환자는 임신이 어려운 편이다.
자궁내막암 환자의 10명 중 9명은 월경과다, 질 분비물 증가, 폐경 전후의 비정상적 자궁출혈 등으로 병원을 찾기 때문에 초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초음파검사 후 자궁내막 조직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드물지만 자궁내막암이 자궁 밖이나 다른 장기에 전이되면 골반 압통, 하복부 통증, 혈뇨, 빈뇨, 변비, 혈변(직장 출혈), 요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프로게스테론 고농도 투여로 자궁적출 늦추는 효과=자궁내막암 치료는 자궁과 양측 난소·난관을 절제하는 수술을 주로 한다. 초기에 발견된 자궁내막암은 대부분 수술로 완치할 수 있다. 위험인자·병기(病期)에 따라 방사선·항암치료도 병행한다.
하지만 아기를 가지려는 40세 미만의 여성이라면 자궁·난소를 제거하는 수술 대신 호르몬요법을 써서 임신·출산을 한 뒤 수술하기도 한다. 다만 자궁내막에 국한된 분화도 좋은 초기 암에 국한된다. 따라서 몸에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산부인과 정기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
호르몬요법은 내시경으로 암이 생긴 내막을 긁어낸 뒤 자궁내막이 두터워지는 것을 억제하는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을 6개월 정도 고농도(하루 400~500㎎)로 투여한다. 피임약 400~500알에 들어 있는 호르몬의 양이어서 간 기능이 떨어지고 살이 찔 수 있다. 김태진 건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가임력 보존치료를 받은 여성은 자연임신보다는 시험관시술이 권고된다”며 “아이를 원한다면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 치료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직검사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고 이후 1년간 그 상태가 유지되면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호르몬 치료 성공률은 65~75%, 치료 후 임신성공률은 45~80% 정도다. 난임 여성이 자궁내막암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것과 관계가 있다. 암을 완벽하게 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암 재발률이 40~50%로 높다.
박정열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고농도 프로게스테론 요법은 출산 때까지 수술을 늦추는 방법으로 이해해야 한다. 출산 후에는 자궁적출수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진행성·재발성 내막암의 경우 최근 면역치료가 각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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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