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유자적 희락

2019-03-06 (수) 08:08:47 유제운 <인내천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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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자살률이 세계 최고라고 한다. 노인 자살률도 일등이라고 한다. 동포사회의 경우는 어떤지 통계가 없어서 알수 없지만 한국인의 특성은 살고있는 지역에 상관없이 비슷하지 않을까 추정해 본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자살은 삶의 희망이 없을때 즉 절망이 극에 달했을때 취하는 행동이다. 존엄한 생명을 끊는 행위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러한 현상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고 해석할수 있겠지만 한의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희락의 결핍’에서 기인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희락이란 심장의 박동이 삶속에서 신명이 나서 어깨를 둥실대는 모습일진데 가족, 친구, 이웃과 어울리며 인간관계에서 울려퍼지는 북소리나 나팔소리와도 같다고 하겠다. 반면에 분노와 슬픔은 간장이 불타듯 녹아나서 팔다리가 흐믈대고 어깨가 축쳐진 모습과 같을 진데 이웃관계의 단절로 내 귀에서 잡소리가 웅얼거림과 같다고 하겠다. 인생이란 희노애락이 춘하추동의 변화처럼 흘러가야 한고 또 그래야 사는 맛이 난다. 그러나 모든 인생이 그렇다고 할수는 없다. 희락은 없고 분노와 슬픔만 있다면 좌절과 실망이 켭켭히 쌓여서 심장의 박동을 스스로 멈추게 하는 최후의 선택이 자살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누구나 극단의 처지에 몰리게 되면 극단의 선택을 하게된다. 과연 무엇이 한국인들을 극단으로 몰아갔을까 궁금하지 않을수 없다. 경제적 결핍, 가족관계의 파탄, 중병, 사회적 무관심 등 어느 하나 가볍지 않은 원인이다. 나라고 해도 그런 처지에 몰리게 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자신이 없다. 자살률이 일등인 것을 개인탓 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 사회구성원 모두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 집단 생활을 하는 동물 중에 코끼리, 늑대, 까마귀 등은 장례식을 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구성원 중에 죽음을 서로 알리고 몰려가서 애도를 한다고 하니 이보다 못하면 짐승만 못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겠다.


박장대소, 손바닥을 치며 즐거워하며 웃으면서 소리를 지르는 물건은 사람이외에는 없다. 희락은 사람이 동물과 다름을 보여주는 징표이다. 희락이 없다는 말은 사람이 이미 아니라는 말이다. 존재할 이유가 없어지니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되는게 아닐까. 유방암 4기에 암세포가 온몸에 전이된 환자를 치료중에 있다. 침을 놓으며 웃으면서 농담을 하면 함께 웃기도 한다. 환자가 유유자적하며 희락을 즐긴다. 전혀 죽음의 두려움이나 공포를 느낄 수 없다. 이 환자는 유럽인이다. 중병이 자살의 원인은 아니라고 본다.

나 스스로 웃음의 전파자, 희락의 전파자가 되고자 결심해 본다. 환자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삶이란 비록 고달프다 할지라도 기쁨과 즐거움도 함께 하지 않느냐고 평범하고 별것 아닌것 같은 말 한마디가 희망이 되고 씨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침과 약을 쓸때 “이 침이 어떻게 해서 통증을 줄입니다. 이 약은 이렇게 해서 잠을 잘 자게 됩니다.” 하면서 희망을 주면 그 효과가 훨씬 크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수 있다.

나는 유유자적하며 괜시리 슬며서 웃는 것을 좋아한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미친 놈 아닌가 욕할지라도, 주어진 희락을 감사하며 희락을 전파하는 것이 일개 한의사의 별 볼일 없는 처방법이라고 고백한다. ‘한마리의 원숭이가 과일을 씻어먹자 모든 원숭이가 과일을 씻어먹었다는 현상’은 인간사회에서는 일어나서는 안될까 생각해 본다.
문의 (703)642-3300

<유제운 <인내천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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