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통곡의 미루나무

2019-03-03 (일) 10:36:51 김행자 매리어츠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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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절에 부쳐

서대문 형무소 한 모퉁이에는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돋는
사적 323호로 지정된 목조사형장 있어요
바로 그 옆에는 사형장이 지어질 때
맨발로 따라온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
서 계시지요
한 번도 마음 놓고 가슴 펴 본 적 없는
한 번도 마음 놓고 잠 든 적 없는
통곡의 미루나무

일제의 가혹한 식민통치에 맞서
대한의 독립을 위해 온 민족이 뛰쳐나와
태극기의 물결로 한반도를 물들이던
순국열사, 독립투사들
총칼에 맨몸으로 싸우다 붙잡혀 와
온갖 고문에 시달리다 죽어가던

그들이
형장에 들어가기 전
가만히 다가가 얼굴 묻고 통곡하던
그 사형장 정문 옆에서
아직도 눈이 젖어 자식들을 기다리는
저 거룩한 미루나무

<김행자 매리어츠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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