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푸른 지팡이 -*미군 병사가 간직하던-

2019-02-28 (목) 08:18:41 서윤석 국제 PEN클럽 한국본부 워싱턴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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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을 감시하던 유엔군 엠피(M.P.)
당신은 거제도 수용소에 갇혔던 북한군 포로
헤어질 때 당신이 만들어준 이 푸른 지팡이
이젠 한국전쟁 박물관으로 들어갑니다

나는 미국 오하이오에서 간 유엔군 헌병
당신은 자재실에서 일하던 정씨 포로
당신은 “헬로” 하며 웃던 대머리 아저씨
우리는 전쟁 중에 만났던 적국 병사들

뻐꾸기 슬피 울어대는 거제도 철망 속에
아직도 남아 있는 처절한 전쟁의 흔적
추위와 칼날 같은 남북의 갈등 속에서
우린 남몰래 정을 나누던 적국 병사들


나는 색안경을 쓰고 칼빈총을 멨던 엠피
당신은 가족 찾아 북으로 가야했던 포로
우정의 눈물과 내 손때가 묻은 이 지팡이
인디아나 한국전쟁박물관으로 들어갑니다

시간의 흐름에 잊혀져가는 희생된 목숨들
아직도 오지 않은 당신들의 생존의 자유
모든 병사들의 한이 담긴 이 푸른 지팡이
나를 떠나 한국전쟁 박물관으로 들어갑니다


푸른 지팡이 -*미군 병사가 간직하던-

*도날드 스트렌지씨는 1953년 1월부터 12월까지 거제도 북한군 포로수용소에서 근무하던 유엔군 헌병이었다. 오하이오주 라이마에서 건축업을 하면서 이 지팡이를 50여년 넘게 자기 집에 간직하였던 미국 병사였다. 사진은 2004년의 그의 모습이다.

<서윤석 국제 PEN클럽 한국본부 워싱턴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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