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약은 물로만 복용해야 하나요?

2019-02-20 (수) 09:38:16 신석윤 <약사>
크게 작게
약은 물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다. 그런데 가끔 우유나 다른 탄산음료와 함께 복용해도 되냐는 질문 중을 받을 때가 있다. 기본적으로 물은 목을 통해 약을 쉽게 넘기는 윤활유와 같은 용도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사람 몸의 2/3는 물로 되어 있고, 몸 안에 생화학 반응을 통해 세포들이 물을 필요하게 되면서 생명을 유지하게 된다. 이런 생화학 반응 과정에는 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약은 물과 함께 생화학 반응에 관여해 약의 효과를 나타냄으로 기본적으로 물과 함께 약을 복용해야 한다. 또 한 가지 기능은 약의 주성분이 체내의 혈액 속으로 흡수될 때 흡수가 잘 돕기 위해 물이 약의 성분을 작게 분해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그래서 일반적인 정제 약을 복용할 때는 물을 충분히 마셔야 약의 분해와 흡수가 잘 된다.

하지만, 약의 주요 성분에 따라 물에 잘 녹는 약도 있고 다른 액체에 잘 녹는 약도 있다. 예를 들면 물은 기름에 녹지 않는다. 기름은 기름에 더 잘 녹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약의 성분 중에는 기름 성분 형태를 가진 약이 있다. 그런 것으로는 비타민 A, 비타민 D, 비타민 E, 비타민 K, 그리고 오메가 3가 대표적인 지용성 약 성분이다. 이런 기름 성분을 약으로 만들 경우에는 정제형보다는 액체 성분을 담을 수 있는 캡슐 형으로 제조한다. 이런 경우에는 그냥 맹물과 함께 약을 먹기보다 기름 성분의 액체와 같이 마시는 것이 더 약효가 좋다.


그럼 기름 성분의 액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대표적인 것으로 우유를 들 수 있다. 우유는 유지방 성분과 물이 같이 혼합된 액체이다. 그래서 기름 성분을 가진 우유는 기름 성분을 가진 약과 같이 복용을 하면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한 번은 인도식 뷔페에서 아주 매운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있었다. 이때 인도 주인이 매운 음식을 먹기 힘들어하는 나에게 코코넛 크림을 주며 함께 먹어보라고 권했던 기억이 난다. 코코넛은 지방 성분의 액체로 매운 성분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지방 성분의 캡슐로 되어 있는 약 성분은 우유와 함께 복용하면 약 성분이 더 잘 분해돼 약의 효과도 더 빨리 나타난다.

이와는 정반대로 우유로 복용을 하지 말아야 할 약도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항생제 계열의 한 종류인 테트라시클린 계열, 시프로 등이 우유와는 같이 복용을 하면 약 효능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약 알칼리성 우유는 천천히 분해되면서 약의 효능을 오래 지속해주는 약과는 복용을 피하고, 철분 성분의 빈혈약, 위산을 중화시키는 제산제와도 같이 복용을 피해야 한다.

그리고 산성인 오렌지와 복용하면 좋은 약은 금속 성분의 약으로 철분제, 칼슘제, 그리고 마그네슘 등이 있다. 이런 성분의약들은 중성인 물보다는 약산성인 오렌지 주스와 같이 복용하면 효과를 더 빨리 볼 수 있다. 반면, 약산성인 오렌지 주스와 위산을 중화시키는 제산제는 함께 복용하는 것을 피해야 하고, 빈혈약인 철분제를 커피, 홍차, 녹차 등과 함께 먹으면 철분제의 약효가 떨어질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커피나 녹차, 홍차, 콜라, 에너지 드링크에 들어 있는 카페인은 해열진통제, 종합감기약 종류와 먹으면 카페인을 많이 먹게 돼 좋지 않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 볼 때 물로 복용을 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체온과 비슷한 온도에 맞춰 미지근한 물로 마시면 약의 효과가 더 잘 나타난다.
문의 (703)495-3139

<신석윤 <약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