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연사의 90%, 뇌졸중의 30%가 부정맥 때문
▶ 초미세먼지가 부정맥 일종인 심방세동 유발도
부정맥은 65세를 넘기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므로 고령인이라면 평소 증상이 없더라도 심전도검사 등을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일찍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장이 특별한 이유 없이 ‘두근두근’, ‘쿵쾅쿵쾅’하는 느낌이 오거나 불규칙하게 ‘탕탕’치는 듯한 느낌, 가슴 속에서 심장이 한번 또는 연달아 가볍게 덜컹대는 듯한 증상이 생기면 ‘부정맥(不整脈ㆍarrhythmia)’일 가능성이 높다.
부정맥은 심장의 정상적인 리듬이 깨져 생기는 병이다. 부정맥은 분당 60~100회인 심장 박동이 빨라지거나(빈맥), 늦거나(서맥), 불규칙해지는 병이다. 돌연사(90%)와 뇌졸중(30%)을 일으킨다. 부정맥 가운데 심방세동(心房細動)은 고령 인구 증가로 급격히 늘면서 전 인구의 2% 정도(100만명)에서 나타나지만 병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치료율은 아주 낮은 편이다.
심방세동, 뇌졸중 발병 위험 5배
부정맥 가운데 심방세동이 위험하다. 심방세동은 심장 박동이 정상(분당 60~100회)보다 아주 빨라지면서 불규칙해지는 것이다. 이를 방치하다간 호흡곤란, 현기증, 실신 등이 생길 수 있다. 만성 심방세동이라면 정상인보다 뇌졸중 발병 가능성이 5배 이상, 치매는 2배 이상 높아진다.
하지만 국민 10명 중 9명 꼴(92.8%)로 심방세동을 알지 못하거나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병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부정맥학회가 만 19세 이상 1,000명에게 시행한 ‘부정맥 질환 인식 조사’에서다.
심방세동이 생기는 원인은 심근경색ㆍ협심증 등 허혈성, 승모판 협착증ㆍ승모판 폐쇄부전증 등 판막성, 갑상선기능항진증 등 크게 3가지다. 이밖에 심부전이거나 과로할 때, 흡연ㆍ술을 과다하게 하면 나타날 수 있다. 마라톤을 뛰다가 나타나기도 한다. 뚜렷한 원인 없이 생기기도 한다. 심방세동이 생기면 두근거림과 빈맥에 따른 가슴 통증과 심부전, 혈색전증에 의한 뇌졸중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가 심방세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심방세동 치료법으로는 심방세동을 제거하고 심장리듬을 정상화하는 것과 심방세동은 놔둔 채 경구용 항응고제(와파린, NOAC)를 투여해 혈전을 예방하는 것 등이 있다.
“건강검진에 심전도검사 포함해야” 부정맥은 기본적으로 심전도검사로 알아낸다. 하지만 부정맥은 갑자기 생기고 사라질 때가 많아 10초 정도 진행되는 심전도검사로는 진단이 어렵다. 이때 환자 몸에 심전도기를 부착해 24시간 내내 측정해 부정맥 여부를 확인하는 ‘홀터 심전도검사’가 활용된다.
김영훈 교수는 “지난 2009년 심전도검사만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하는 일반 건강검진에서 빠졌는데 부정맥 가운데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고, 65세 이상에서 흔히 나타나기에 일반 건강검진에 심전도검사를 다시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특히 심장병 가족력이 있거나, 65세가 넘으면 심전도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정맥으로 확진되면 대부분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 노태호 성바오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방세동을 포함한 빈맥과 불규칙한 부정맥 등은 우선 약물로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약물치료가 불가능하거나 효과가 없으면 전극도자절제술 등 중재적 시술을 시행한다”고 했다.
전극도자절제술은 부정맥을 일으키는 심장 부위에 전극도자를 놓고 70~100도의 열을 가해 태우는 시술이다. 전극도자절제술을 하기 위해 심장 내 여러 개의 전극을 넣고 전기자극을 줘 부정맥을 일으키는 ‘부정맥 유발검사’와 빈맥의 전기현상을 3차원적으로 파악하는 입체적 매핑 방법을 통해 빈맥의 발생 위치를 확인한다.
최근에는 시간을 단축하고 방사선 조사량도 줄여 환자 편의를 높인 ‘냉동풍선절제술’까지 나와 시술 성공률이 높아졌다. 냉동풍선절제술은 심방에 작은 풍선을 밀어 넣은 뒤 심방세동을 일으키는 이상 부위를 찾아 이를 영하 75도로 얼려 한 번에 제거하는 시술이다.
빈맥 중에서도 돌연사(심정지)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는 ‘삽입형 제세동기(심장충격기)’를 가슴에 삽입한다. 심장충격기는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악성 부정맥이 발생하면, 기계 스스로 부정맥을 감별해 심장에 전기 충격을 줘 정상 맥박으로 돌아오게 한다.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맥박이 아주 느린 서맥이라면 인공적으로 심장박동을 일으키는 ‘영구 심박동기(Pacemaker)’를 가슴에 삽입하는 수술을 한다.
술·비만·고혈압·수면무호흡 조심을 부정맥을 예방하려면 과음, 비만, 고혈압, 수면무호흡증, 극심한 스트레스 등 위험요인을 피하고 규칙적인 식사ㆍ수면ㆍ운동습관을 들여야 한다. 부정맥은 65세를 넘기면 기하급수적으로 발병률이 높아지므로 고령인이라면 평소 증상이 없더라도 심전도검사 등을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일찍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태호 교수는 “부정맥만 예방하기 위한 뾰족한 방법은 없고 심장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러나 술과 수면무호흡증, 비만, 고혈압 등이 주 발병 원인인 만큼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부정맥이 위험한 것은 심장이 멎어 급사하는 가장 큰 요인이기 때문”이라며 “아무리 부정맥 예방에 철저히 한다 해도 100% 막을 수 없기에 가족이나 이웃을 위해 심폐소생술을 익혀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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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