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척추관협착증·근육감소 등 원인, 통증 줄이려 숙이면‘꼬부랑’심화
▶ 칼슘·단백질·비타민D 섭취하고, 산책·계단오르기 등 운동 꾸준히
골다공증이 있는 72세 여성 김모씨는 저녁 무렵 집 근처 슈퍼마켓에 반찬거리를 사러 나섰다가 눈길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몹시 아팠지만 길을 지나던 이웃의 도움으로 일어나보니 걸을 수는 있었다. ‘뼈가 안 부러져서 다행’이라 여기며 부축을 받고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허리 통증 때문에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누운 자세를 바꾸면 좀 낫지 않을까 해서 돌아누워보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도 마찬가지였다. 병원에 갔더니 등뼈(흉추)와 허리뼈(요추)가 만나는 부위에서 ‘골다공증성 척추 압박골절’이 생겼다며 주사·약물치료를 하고 보조기를 착용하라고 했다.
골다공증으로 약해진 척추가 엉덩방아를 찧을 때의 충격으로 금이 가고 내려앉은 것이다. 골절된 척추 부위를 누르면 상당한 통증을 느끼지만 다리 저림, 통증, 마비감 등 신경 증상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척추 압박골절, 골다공증 빈도 높은 여성에 많아
척추골절은 골밀도가 낮은 60~70대 노인, 특히 여성에게 잘 생긴다. 여성은 임신·수유 등으로 칼슘을 많이 잃어버리는데다 폐경 후 첫 5년간 골밀도가 급속도로 떨어져 골다골증 발생 빈도가 남성보다 3배 정도 높다.
척추골절은 대개 안정을 취하면 2~4주에 걸쳐 통증이 줄고 별다른 허리 통증 없이 걸을 수 있게 된다. 골절됐던 척추는 변형된 쐐기 모양으로 아물어 붙는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꼬부랑 할머니’가 될 수 있다. 살짝 금이 간 정도면 모르고 지나치기도 한다.
하지만 뼈가 잘 아물지 않거나 2주간 보존적 치료에도 심한 통증이 계속될 경우, 척추 2~3개가 한꺼번에 골절돼 척추가 앞으로 구부러지는 변형이 우려될 경우 등에는 시술·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주삿바늘을 척추에 삽입해 액체 골시멘트를 채워 부러진 뼈를 굳게 하는 시술(척추성형술)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주변 뼈보다 딱딱해져 주변 뼈의 골절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신재흥 동탄시티병원 원장은 “골다공증에 의해 척추골절이 발생하면 재골절 위험이 2~10배 증가하고 5명 중 1명은 1년 안에 또 다른 척추골절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골다공증과 척추골절을 예방하려면 우유·유제품·뱅어포·잔멸치·고등어·계란·소고기·아몬드·귤·시금치 등 칼슘이 많아 뼈 강화에 도움이 되는 식품을 섭취하고 산책, 수영, 자전거 타기와 아령, 스쿼트, 계단 오르기 등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좋다. 허리·무릎 통증 때문에 걷는 게 불편해도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여줘야 한다. 골다공증이 있거나 위험 단계라면 매일 먹거나 3개월~1년에 한 번 주사하는 골다공증약도 필수다.
◇40대 요통이 50~60대 척추관협착증으로 악화
척추관협착증, 척추 주변 근육·근력 감소도 척추골절과 함께 꼬부랑 할머니를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에서 다리로 이어지는 신경이 지나가는 길인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이 눌리면서 생긴다. 퇴행성 변화로 척추 주변 인대 등이 두꺼워진 게 원인이다. 오래 서 있거나 걸으면 허리·엉덩이에서 시작해 점차 다리로 뻗치면서 허벅지가 땅기고 종아리에서 발바닥까지 저리고 시린 통증, 감각장애 등이 나타난다. 대개 40대에 요통으로 시작해 50~60대에 악화한다. 심해지면 쉬지 않고 걸을 수 있는 보행거리가 점차 100m·50m식으로 짧아진다.
허리를 곧게 펴고 있으면 통증이 심해지고 허리를 숙이면 척추관의 신경통로가 넓어져 통증이 줄어든다. 그래서 서 있거나 걸을 때 허리를 구부리게 된다.
오래 걷거나 무리했을 때 통증이 나타나지만 쉬면 괜찮아지는 정도라면 병원을 찾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통증이 심해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걷기 힘들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진과 치료를 받는 게 좋다. 미세현미경을 집어넣어 두꺼워진 인대 일부를 제거하거나 깎아내기도 한다. 일상생활이나 보행에 장애가 심한데도 방치하면 마비가 올 수 있다.
허리·등 근육의 퇴행성 변화와 근육량·근력 감소도 꼬부랑 할머니를 만드는 요인이다. 허리 근력이 약해지면 뒷짐을 지고 다니거나 허리를 굽혀 걷는 게 편해진다. 허리의 굽은 각도가 커지면 삶의 질이 떨어지고 우울증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백경일 강북힘찬병원 의무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부모님이 벽에 등을 붙이고 섰을 때 뒤통수와 발뒤꿈치가 모두 벽에 닿지 않거나, 닿더라도 5분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면 허리 근력 이상으로 볼 수 있다”며 “고령자 대부분은 규칙적 운동을 하지 않아 허리 근육이 빨리 퇴화되는데 건강하게 장수하려면 근육량을 늘리고 근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이 들어서도 반듯한 허리를 유지하려면 꾸준한 운동과 쇠고기·우유·계란 등 단백질 섭취로 근육량 유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 산책 등을 하면서 햇볕을 쬐거나 영양제 등으로 비타민D를 보충하는 것도 근육 구성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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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