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는 이제 마지막 달력 하나만 남았다. 마지막까지 남아서 버텨준 달력, 12월이다.
“금년도 그렇게 바람처럼 지나갔구나...!”
마다 이 때가 되면 허전함을 느끼는 것은 사라지는 세월에 대한 아쉬움 탓인지 모르겠다.지나간 날들이 다시는 내게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허전함 때문일까? 하지만 그 지나간 날에 행한 나의 삶은 좋던 나쁘던 간에 오늘의 내 삶에 그 어떤 보탬이 되고 있을 것이다.
내가 미국에 와 맞이한 2000년이 되던 해였다. 요란한 새해맞이 행사는 이십 여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그러나 새로운 세기를 맞던 화려한 축하 불꽃의 여운이 채 사그라 지기도 전에 평화를 부르짖던 우리에게 9.11 테러가 급습해 충격과 슬픔이 세상을 뒤덮던 그 해. 그로 인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사건, 또 이라크와의 전쟁, 북한과의 핵무기 놀음은 금방이라도 핵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의 막바지까지 치닫기도 했다.핵전쟁이나 가끔 일어나는 테러같은 시름도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고 사람 사는 일에 정신을 쏟다보니 어느덧 또 한해가 가버린 것이다.
그동안 내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가. 무엇에 홀린 듯 글이 쓰고 싶어 겁없이 덤벼들었던 세월도 이십 여 년이 훌쩍 지났다. 나이 들어 쉽지않은 도전에 조바심과 초조감이 나를 괴롭게 하기도 했다.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았지만 생각은 잘 정리되지 않고 마음만 급하다. “에이, 밥이나 먹자" 하고 뒤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비빔밥 그릇에 밥을 푹 쏟았다. 콩나물,무나물,쑥갓나물,고추장,그리고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주루룩 부었다.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한 조화로움이 아닌가! 그렇다,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도 서로 어울리며 퍼즐 조각처럼 맞춰 가고 비빔밥 처럼 잘 어우러지는 세상 이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지난 일년 동안에 모국인 대한민국의 변해가는 정치 모습이나, 내가 살고있는 미국의 급변하고 있는 모습은 양국 국민 모두가 전쟁만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보낸 일 년이었다.
오랫동안 톡 치면 터질 듯 했던 한국과 북한 ,미국과 중국 ,북한과 미국의 정세흐름도 일단락 되어 가는듯 ,,,우리 모두가 안도의 숨을 쉰다.
에젠 눈 질끈 감고 숨 가쁘게 달려온 2018년 마지막 달, 12월의 골문을 바라보며 나름대로 세계 평화의 공이 한 골 들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위로로 금년을 보내고 싶다. 2018년 이여 영원히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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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병임/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