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에 가까운 감투(?) 떠 맡김으로 몇해전에 작은나눔이라는 이 지역 자선단체의 이사장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사장직을 맡았으니 매년 때가되면 이사회비를 내고 작은 나눔의 연례행사인 '사랑의 휠체어 보내기 운동' 에 직함 체면유지 정도의 기부금을 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 기부행위도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는게 아니라 억지로 맡겨진 자리값을 내는것에 불과하다보니 해가 거듭되면서 마음속에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왜 꼭 휠체어을 보내야 하는가. 작은나눔이 하는 매 주일 새벽의 오클랜드 무숙자 급식만으로는 단체의 존재감이 부족하니까 형식적으로 한가지의 추가 행사를 하고, 자기의에 빠지는 것은 아닌가, 매년 보내는 200-300대의 휠체어가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되기는 할까 등등... 마음의 불만이 공식, 비공식으로 표출되다보니, 이사님들의 권고가 있어 금년 휠체어 분배식에 참석해 보기로 했습니다. 작은나눔에서는 지난 15년동안, 한국의 농촌, 북한, 중국 미얀마등의 장애인 시설과 장애인들에게 휠체어를 보내고 있습니다. 금년에도 200대를 미얀마에 보냈습니다. 분배식에는 작은나눔의 박희달 대표와 저와 제 아내가 함께 참석했습니다.
미얀마는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나라로 한국(남한)의 6.7배 되는 땅 넓이와 5천 4백만명의 인구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도착했을때는 10월초의 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는데도 양곤 공항의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훅하는 더운 공기와, 끈끈한 습기가 느껴졌습니다. 6박 7일 동안의 미얀마 체재 기간 동안 몇몇 장애인 재활센터와 문둥병자 수용시설, 2개의 교회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현지에서 안내를 맡았던 분은 미얀마는 '50년동안 발전이 정지된 나라' 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지났던 곳이 가난한 지역이라서 였는지는 모르지만 한국이 이랬던 적이 있었나 할 정도로 가난해 보였습니다. 원두막 같은 초가집들, 판잣집, 수상 가옥, 오토바이 택시들, 그리고 건물마다 시커먼 곰팡이, 먼지..... 신호등 앞에 차가 정차하면 깍은 망고와 파파야 바구니를 든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휠체어 분배식은 양곤에서 자동차로 6시간 정도 걸리는 몰레미얀이라는 해안도시의 한 문둥병자 수용시설에서 있었습니다. 이곳에는 30대가 배분되었는데 분배식 내내 더 줄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어린아이, 어른, 기독교인, 이슬람교인, 불교스님 등등에 휠체어를 전달해주며 그들의 기뻐하는 얼굴을 바라보는 것은 제게도 큰 기쁨이었습니다. 장애인들은 가족들에게도 잊고 싶은 대상이 되곤 한답니다. 평소에는 길거리에서 휠체어 장애인을 만나도 그냥 스쳐 지났지만 막상 휠체어를 전달하려니 웃음끼 없는 그들의 얼굴이 참 외로워 보였습니다. 멀리 미국에 있는 휠체어 기증자들의 마음이 진정 '사랑의 휠체어'가 되어 조금이나마 이들의 외로움을 덜어 주었으면 합니다. 장애인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보니 장애인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내 가족중에, 내 주위에 장애인이 안 보인다고 해서 장애인이 없는게 아니었습니다. 휠체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정말 많았습니다.
미얀마 북쪽 산간지역인 샨주의 따웅지 장애인 재활센터에 갔습니다. 천주교 수녀님과 12명의 봉사자들이 수고하는 이곳은 남녀 각각 100명씩 수용하고 있는데 곰팡이가 잔뜩 낀 건물밖과는 틀리게 안에 있는 낡은 침대와 낡은 이불들이 어찌나 깨끗이 관리되고 있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휠체어 몇대를 전해주는 생색이 몹시 부끄러웠고 그곳에서 수고하는 봉사자들의 모습이 무척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따웅지 재활센터의 수녀님과 봉사자들의 숨은 수고도 아름답지만, 얼굴을 보지 못한 미국 전역의 휠체어 기부자들의 숨겨진 자선의 마음도 어둔세상을 조금 더 환하게 하리라 생각됩니다. 매년 휠체어 모금을 시작 할때마다 과연 올해도 보낼수 있을까 염려 하지만, 그런 염려 속에서도 지난 15년간 2648대의 휠체어가 보이지 않는 분들의 도움으로 필요한 분들에게 전달 되었습니다.
2019년에는 몽골의 어두운 곳에 사랑의 휠체어를 보내려고 합니다. 이번에도 보이지 않는 마음과 손길이 이것을 가능하게 해 주시라 믿습니다. 휠체어 수령자들이 휠체어를 받을 때의 환한 미소를 기증자 여러분께 보내 드립니다.
<
황용식 (작은나눔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