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의 고백이다. 집세 낼 돈이 없었다. 그때 내 지갑에 항상 있었던 것이 동창회 공금 1,000달러. 동문들로부터 회비를 걷어서, 조의금 같이 급한 목적에 쓰는 돈이다. 동창회 총무인 나는 그 돈의 책임자(responsible person). 고민 끝에 결국 나는 그 돈에 손을 대고 말았다. 세 달 뒤에 있을 임원회의 때까지만 채워 넣으면 되겠지. 그런데 세 달은 쏜살같이 왔다. 은행에 넣어두었다고 거짓말했는데 넘어가줬다. 다행히 다음 달에 모두 채워 넣었지만, 그 덕분에 속죄하는 마음으로 총무 10년을 더 봉사해야만 했다.
동문들은 나를 믿고(trust) 공금을 내게 맡겼다. 그 돈은 동문들의 회비가 모인 것이지만, 결국 동문회 전체의 돈이다. 배달비 아끼려고 장례식 조화를 직접 들고 간 적도 많았지만, 그렇다고 절대로 그 돈은 내 돈이 될 수 없다. 잠시 맡아서(fiduciary) 갖고 있었을 뿐. 그런데 내가 그 돈에 손을 댔으니, 사실 그것은 범죄다.
내가 이런 개인적인 고백을 굳이 여기에 쓰는 이유가 뭘까? 순전히 식당 같은 곳에서 세일즈 택스(sales tax) 때문에 나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으면 해서다. 손님들은 밥값에 가령 9%의 세금을 더 낸다. 돈에 꼬리표가 없으니 매상과 섞여서 은행에 들어간다. 그 세금은 식당의 돈도 아니고, 그 식당 주인의 개인 돈은 더더욱 아니다. 문제는 렌트비와 주급 날짜가 세금 내는 날짜보다 먼저 온다는 것. 급한 김에 그 돈에 손을 댄다. 먼저 써버리고 만다. 세금 내는 날까지 채워 넣지 못하면, 미안하지만 이제 그것은 범죄가 될 수 있다.
세일즈 택스를 운전자금(working capital)으로 쓰는 것 - 참 어리석은 일이다. 이자율만 따져 봐도 그렇다. 한 달 동안 손님들로부터 받은 총 세금이 4,000달러면, 주정부에서 한 달 내내 2,000달러를 빌려 쓰는 것과 같다. 여기까지는 무이자다. 그런데 하루만 늦어도 고리대금 대출로 변한다. 뉴욕은 하루만 늦어도 벌금이 10%. 문제는 쓴 돈은 2,000달러뿐이지만 벌금은 4,000달러에 대해서 낸다는 것. 결국 하루만 늦어도 붙는 벌금 400달러는 이자율로 계산하면 20%가 된다. 게다가 년 14.5%의 추가 이자도 내야한다. 그러니 사채 빌려서라도 세금 내는 것이 더 싸다는 말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얼마 전, 세일즈택스 전문변호사가 주최한 토론회에 다녀왔다. 회계사들이 많이 왔지만, 다행히 한국 회계사는 나뿐이었다. 덕분에 눈치 보지 않고, 맘 놓고 질문할 수 있었다. 다음 주 칼럼에서는 그 내용들과 그동안 손님들 세일즈택스 감사 받으면서 얻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 더 깊은 얘기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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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