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과 운전
2018-11-20 (화) 07:55:14
오일환 포토맥 문학회 포토맥, MD
가을은 결실의 계절, 독서의 계절이다. 내게는 추억의 계절이기도 하다. 수십 년 전 미국에 와서 집에 있는 것이 답답해하고 있을 때 일을 다니게 되었다. 운전을 못하므로 남편이 운전을 해 주었다. 아침에 일을 갈 때 라이드를 해주기 싫을 때는 일을 다니지 말라 했다. 남편을 깨울 때 마다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라면서 노래를 부르면 “알았어” 하며 일어나곤 했다. 그런 날이 반복 되다 보니 운전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루 2시간씩 배웠다.
드디어 시험 보는 날 선생님을 따라 가는데 가슴이 두근거리며 걱정이 되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로 마음을 가다듬고 시험을 봐 합격이 되어 집으로 가는 길은 이 미국땅이 다 내 것인 양 마음이 기뻤다.
집에 전화를 해 남편한테 합격했다 하니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운전을 해줄 테니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한치 앞을 모르는 인생이라던가! 갑자기 남편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고, 그때 운전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발 없는 신세가 되어 꼼짝 할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배워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 운전은 필수이다.
누군가에게 의지하여 라이드를 제공 받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 들어 운전을 할 수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까지는 운전이 필요하다.
가을날 힘없이 떨어지는 낙엽처럼 노년의 운전은 힘들고 젊을 때처럼 잘 보이지 도 않고, 시야가 흐려져 점점 운전하기가 두렵다.
노인들의 교통사고 또한 적지 않다는 뉴스를 신문에서 볼 때면 마음이 답답해지고 서글퍼진다.
그러나 누구나 세월 앞에 장사 없다. 담담히 나이 들어감을 받아들이며 너그러운 노년의 시니어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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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환 포토맥 문학회 포토맥,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