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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칼럼] 아리마대 요셉

2018-10-25 (목) 하시용 목사/ SF 참빛 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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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기도회 누가복음 읽기에서 예수님을 자신의 무덤에 장사지낸 아리마대 사람 요셉에 대한 말씀을 만났습니다. 아리마대는 요셉의 출신지이고, 그의 직업은 공회원입니다. 예수님 당시 예루살렘 최고의 기관인 산헤드린 공회를 가리킬 테니 요한복음에서 밤중에 예수님을 찾아온 니고데모와 함께 높은 공직에 있던 인물입니다.

산헤드린 공회는 의장인 대제사장과 69명의 공회원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각 도시에도 공회가 있었지만, 예루살렘에 있는 공회는 예수님 당시 최고의 사법기관이었습니다. 그가 공회원이었다는 표현 하나만 갖고도 아리마대 사람 요셉의 사회적 지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는 선하고 의로운 사람이었습니다.

아리마대 사람 요셉은 예수님을 자신이 기다리던 메시아라고 확신했던 숨은 제자로 보입니다. 단지, 그의 높은 지위와 명망으로 인해서 공개적으로 예수님을 믿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공회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기로 결의할 때 요셉은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습니다. 대단한 용기입니다.


예수님은 이제 십자가에 못박히실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 가운데 한 명이 밀고해서 잡히게 되었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순간입니까? 누구보다 고급 정보를 알고 있던 아리마대 요셉이었기에 예수님께 대역죄인들에게 내려지는 십자가형이 선고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공회의 결정에 찬성하지 않았습니다.

대세를 거스른 용기입니다. 막판에 자신이 예수님을 믿는 사람인 것을 밝힌 셈입니다. 가룟 유다는 예수님을 팔고, 베드로는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씩 부인하고, 사랑하는 제자 요한 외에 모든 제자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버리고 떠난 것과 확실히 비교됩니다.

일이 잘되거나 소위 성공했을 때는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의 관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오 천명을 먹이시고, 죽은 나사로를 살리시는 등 기적을 행하실 때는 수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열두 명의 제자들 외에도 칠십 인을 세우셔서 전도 훈련을 시킬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일이 뒤틀리고 인생이 무너져 내리면 그 많던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기 시작합니다. 나중에는 정말 진정한 친구들만 남게 마련입니다. 어려울 때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실 것을 알고 있으면서 그 일에 찬성하지 않았고, 빌라도를 찾아가서 예수님의 시체를 달라고 요구하고 예수님의 장례를 치른 아리마대 사람 요셉이야말로 진정한 예수님의 제자요 친구였습니다.

겉으로 신앙이 좋은 척하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모든 일이 잘될 때 예수님을 믿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좋은 일이 연거푸 일어나서 간증한다고 앞에 나서지만 결국 자기 자랑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축복을 혼자 독식한 것처럼 우쭐대면서 어려운 일을 당한 이웃을 은근히 무시하는 분들도 종종 만납니다. 그런데 이런 신앙은 어려운 일이 생기거나, 예수님을 믿는 기독교에 문제가 생기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짜 신앙은 어려울 때 드러납니다. 어려운 일이 닥쳐도 변함없이 신앙의 길을 걷는 것이 진정한 신앙입니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일을 묵묵히 실천합니다. 독일의 신학자 본회퍼는 그의 책 <나를 따르라>에서 예수님의 제자라면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그 누구의 사랑도 받지 못하는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보여준 기독교의 ‘비범함’이라고 했습니다.

요즘처럼 교회와 기독교가 세상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했던 때도 별로 없습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전하는 말을 신뢰하지 않고 그릇된 교회의 모습만 비판합니다.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습니다. 이제 말로 설득해서 복음을 전하는 시대가 지나고 있습니다. 예수님 말씀처럼 우리의 선한 행실을 세상에 보여서 세상 사람들이 하나님께 돌아와서 영광을 돌리게 해야 합니다. 이 어려운 시대에 아리마대 요셉처럼 당당하게 예수님의 제자로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는 진정한 기독교인이 되기 원합니다. 힘들고 절망적일수록 부활의 소망을 마음에 품고 주의 길을 걷는 예수님의 숨은 제자들이 곳곳에서 나타날 줄 믿습니다.

<하시용 목사/ SF 참빛 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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