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2018-10-17 (수)
이선희/ 시인
여행 가기 전 인사 하려고
아들과 며느리가 다니러 왔다
갓 결혼해 살림살이 서툰 며느리
아들이 뭘 먹고 살까
궁금증이 와글와글 입안에서 맴돈다
행여 부부 금실 축 날세라 마냥 너그러운 시어머니
며느리가 마친 저녁 설거지
힐끗 보니 삐쭉 웃음이 난다
왜뚤삐뚤 엎어진 그릇
연습이 필요할 거야
뚜껑 달린 스텐 밥주발
삶은 행주로 빡빡 마른행주질 해
흘러내리는 아이 추켜올리며
차곡차곡 찬장에 쌓던 하루 세끼
아무렴, 너희는 편하게 살아야지
방에서 들려오는 거친 목소리
싸움이라도 하나보다
알고 보니 모나 폴로 게임하며 다툼질이다
어제 같은 옛적,
파킹장 귀퉁이가 우리 부부의 은밀한 결투장이었다
눈치 채신 시아버지 안쓰러운 호령
이제 그만 하고 들어와 자거라
찔끔 눈언저리 훔치며 돌아서는 목마른 휴전
나폴리 옥빛 바닷가의 물새 한 쌍 카카오톡으로 날아든다
훨훨 흰 머리칼 날리며
어미 새도 높이 높이 따라 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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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