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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칼럼] 달마 조사의 네 가지 수행

2018-09-05 (수) 진월 스님/고성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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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9월입니다. 이곳 산위의 기온은 기복이 심하여, 요즈음 아침엔 섭씨 10도 내외, 한낮엔 아직도 30도를 넘어, 일교차가 20도 이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역방송의 일기예보와 5도 이상 차이가 있음을 느낍니다. 아무튼 시내보다 추위 때는 5도 이상 더 춥고, 더위 때는 5도 이상 더 더운 것 같습니다. 벌써 참나무에서는 도토리가 영글어 떨어지기 시작하였고, 저녁에는 풀벌레들이 가을을 맑고 시원하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세월의 무상함 속에서도 적정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음은 가장 큰 복이라고 느낍니다.

이달 하순에는 한국의 추석명절이 있어, 고향생각을 일으키기도 하며 옛날을 추억하게 합니다. 이제 학생들은 가을학기를 시작하고 학문과 공부의 기쁨이 클 줄 압니다. 책도 많이 읽고 글도 자주 쓰며 상상력을 키우고 낭만과 탐구 및 도전을 즐길 때라고 짐작합니다.

작년 이맘때 소납은 실리콘벨리 수선회 선방에서 담선법회를 시작하였음을 돌아봅니다. 100일 동안 매주 주말 오후에 모여, 좌선수행과 선불교관련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때 언급하였던 달마대사의 <이입사행론> 가운데 ‘사행’ 즉 네 가지 수행이 새삼 되새겨 집니다.


첫째 ‘보원행’은, 언짢은 일들이 생기고 불편할 때에 스스로 생각하기를, 이는 과거 내가 잘못한 업보이니 남을 탓하거나 원망하지 말고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고, 의연하게 주어진 상황에 겸손히 대처하는 수행입니다.

둘째 ‘수연행’은, 기쁜 일이 생기고 상황이 좋을 때에 생각하기를, 이는 과거 내가 지은 좋은 인연의 업보이지만, 곧 사라질 바의 무상한 것이니, 너무 좋아 할 것 없다 하며, 다만 인연을 따라서 담담하게 대응하는 수행입니다.

셋째 ‘무소구행’은, 매사에 무엇을 얻고자 구하는 바가 없이, 다만 최선을 다하는 수행입니다.

넷째 ‘칭법행’은, 항상 법 즉, 부처님의 가르침과 진리 또는 도리에 맞게 살아가는 수행입니다. 소납은 요즈음, 나름대로 애를 쓰고 기대하였지만, 이곳 한국 불교계의 향상 발전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당하여 보원행과 수연행의 귀중함을 더욱 깊이 깨닫고 있습니다. 아울러, 무소구행이 소납의 당면 과제이며, 칭법행이 본분사임을 사무치게 느껴 집중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이른바 ‘종심’을 맞은 소납은, 승납 반백년을 즈음하여, 은퇴한 출가자로서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제 노릇을 올바로 하는 것인가 성찰하며 지냅니다. 세월이 갈수록 달마조사의 뜻을 실현하려는 삶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밖으로 모든 반연을 쉬고, 안으로 헐떡거림이 없으며, 마음이 장벽 같아야 도에 들 수 있다”는 조사의 말씀이 수도자의 나침반과 같은 영원한 경책이라고 느껴집니다.

불조의 유훈을 받들고, 선사들의 청빈한 수행가풍을 유지하려는 삶이 더욱 아쉬운 때입니다. 소납부터 의연하게 본분을 지킴이 스스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요청되는 것임을 알고, 더욱 조심하는 나날이 되도록 노력하렵니다.

아울러 한국의 불교계 특히, 조계종단도 지도부의 쇄신 및 사부대중 공동체의 화합과 건강을 회복하는 구월이 되기를 축원해 봅니다. 빈도의 소회에 독자 도반님들의 양해와 동참 협조가 있기를 바라며, 시원하고 멋진 가을을 누리시기 빕니다.

고성 아란야에서, 두 손을 모으며, 나무본사석가모니불! 마하반야바라밀!

jinwollee@gmail.com

<진월 스님/고성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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