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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칼럼] 캠핑

2018-08-16 (목) 김문철 목사/천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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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방학 때면 친구들과 캠핑을 갔다. 그 때만 해도 캠핑 장비가 그리 좋지 않았다. 텐트는 비가 샜고 6인용에 5명이 누워도 비좁았다. 하지만 비를 맞으며 새우잠을 잤어도 모닥불 앞에서 기타 소리에 노래를 부르며 우정을 키웠던 캠핑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 추억이 그리워 간혹 그 때의 친구들과 그 때의 장소로 돌아가 다시 캠핑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오랫만에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캠핑을 왔다. 하늘을 찌를 듯한 꺽다리 나무로 꽉 찬 숲 속 캠핑 장에 텐트를 쳤다. 미 전역에서 몰려온 사람들과 이웃이 되어 친절한 인사를 나누었다. 마음이 훈훈해졌다. 오전에는 엘크(Elk) 와 더불어 대 자연을 호흡하며 하이킹을 즐겼다. 저녁이면 모닥불을 피워 놓고 옥수수와 고구마를 먹으며 맛을 즐겼다. 늦은 밤에는 무한 별들로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우주의 광대함을 감상했다. 이곳이 천국이다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좋던 캠핑도 며칠이 지나자 조금씩 힘겨워졌다. 캠핑 장비가 아무리 좋아도 식사, 샤워, 잠자리 등이 불편했다. 집이 그리웠다. 분명 캠핑은 내 삶에 생기와 리듬을 회복시켜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핑은 여전히 임시적일 수 밖에 없었다.“집 같이 좋은 곳은 없다” 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우리의 삶 전체가 캠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 간다고 해서 그곳 역시 영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이 곳을 떠나야만 하는 것이 우리 인생 아닌가?


성경에도 캠핑이 나온다. 요한복음 1:14 의“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텐트를 치시매) …”가 그 이미지다. 말씀이 자신의 집(하나님) 을 떠나 인간의 몸이 되어 우리가 사는 곳에 텐트를 치신 것이다. 그러기에 말씀이 육신이 되신 성육신(incarnation) 은 그리스도께서 우리와 함께 살기 위해 텐트를 치신 캠핑 사건이다. 보이지 않는 집(하나님) 을 떠나 보이는 우리와 살기 위해 우리와 같은 보이는 존재가 되신 것이다. 그리스도는 왜 집을 떠나 우리 곁에서 텐트를 치셨을까? 왜 조화와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샬롬(하나님) 을 떠나 고통과 추함으로 가득한 우리 가운에서 캠핑을 하셨을까?

그리스도의 캠핑은 초라하고 불편한 캠핑이었다. 처녀 마리아의 뱃속에서 잉태되어 마굿간에서 나셨다. 가난한 목수 요셉의 집에서 자라셨다. 커서는 그늘에 있는 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나누었다. 고고한 자칭 의인들보다는 오히려 죄인들의 친구가 되셨다. 기득권 세력에게는 조롱과 핍박을 받으셨다. 그리곤 십자가에서 고통 속에 죽으셨다. 그것이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집(하나님) 을 떠나 우리와 함께 거하신 33년의 캠핑이다.
그리스도는 왜 그런 힘겨운 캠핑을 하셨을까? 우리의 아픔, 서러움, 고통과 같은 고난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다. 죄가 만든 이 세상의 초라함과 수치 그리고 불편함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친히 비 은혜를 경험 하심으로 은혜의 바다로 충만한 곳으로 우리를 옮겨주시기 위함이다. 자신의 집(하나님) 을 떠나 가난해지심으로 가난한 우리를 그 집(하나님) 으로 데려가 부요케 하시기 위함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힘겨운 캠핑이지만 가장 은혜로운 캠핑이다. 그래서 신비한 캠핑이다.

우리 가족이 함께 한 캠핑은 내가 학창시절 했던 캠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장소, 시설, 장비, 그리고 교통편 등 모든 것들이 뛰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핑은 캠핑이다. 제한성과 더불어 임시성 이라는 차원에서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집으로 간다. 집! 모든 것을 갖춘 편리한 곳이다. 포근하고 아늑한 곳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집이라 해도 하나님이 없다면 그 곳 역시 제한적이고 임시적일 뿐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캠핑이 감사하다. 그 캠핑 안에 있을 때 영원한 집으로 가는 참된 길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너희가 알거니와 부요하신 이로서 너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심은 그의 가난함으로 말미암아 너희를 부요하게 하려 하심이라”(고후 8:9)

<김문철 목사/천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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