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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Ⅲ

2018-07-30 (월)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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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위험요소가 하나 더 있다 - 이전가격( 移轉價格, transfer price). 이 문제의 시작은 나라마다 세율이 다르다는 것.

예를 들어보자.
흥부는 한국에서 양계장 사업을 한다. 최근에 뉴저지에 치킨집을 냈다. 한국 양계장은 닭 100마리를 한 마리당 5달러씩, 총 500달러에 미국 치킨집으로 수출했다. 각종 비용을 뺀 뒤의 순이익은 200달러. 법인세 22달러(11%)를 내고나니 178달러가 남았다.

이제 미국 치킨집으로 가보자. 다행히 한 마리당 20달러에 전부 팔았다. 총 매상은 2,000달러. 한국 양계장에 보내준 닭 값 500달러와 다른 비용들을 빼고 나니 순이익은 500달러. 미국은 법인세율이 30%이니까(150달러) 남은 돈은 350달러.


결국, 흥부는 한국 양계장에서 178달러, 미국 치킨집에서 350달러, 총 528달러를 거머쥐었다. 자, 지금부터가 중요한 얘기다. 만약, 흥부가 미국으로 보내는 냉동닭 값을 한 마리당 5달러에서 10달러로 올리면 어떻게 될까? 힌트를 준다면, 양쪽 회사의 순이익 총액은 변동이 없다. 오른쪽 주머니에서 왼쪽 주머니로 얼마를 옮기든지, 내 수중에 있는 총액은 바뀌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주머니에 구멍이 나서 돈이 줄줄 새고 있다면? 그나마 왼쪽 주머니 구멍이 오른쪽보다 작게 뚫려있다면? 다른 방법이 없으면, 유일한 해결책은 왼쪽 주머니로 가급적이면 더 많은 돈을 옮기는 것 뿐. 한국 양계장이 수출단가(이전가격)를 올리면, 한국의 이익과 법인세는 늘어난다. 반대로, 미국 입장에서는 수입원가가 올랐으니 이익과 법인세가 줄어든다.

그런데 한국 법인세 늘어난 것보다 미국 법인세 줄어든 것이 더 크니까, 흥부가 양쪽에 내는 총 법인세는 줄어든다. 이렇게 간단하게 수출/수입단가 하나만 바꿨는데, 원래 150달러였던 미국 법인세가 제로(no tax)로 바뀌었다. 그러면 미국 IRS는 가만히 있을까? 이렇게 의심할 수 있다.

왜 이 치킨집은 다른 데서 5달러에 사올 수 있는 닭을 10달러에 사왔을까? 혹시 계획적으로 이익과 돈을 한국으로 빼돌리는 조세회피와 조세절감 행위, 소위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행위를 한 것은 아닐까?

세법 482조와 6662(e)조를 보면, 남들한테 사고파는 금액인 정상가격(arm's length price)과 정상이윤이 이전가격 과세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그러나 그 '정상'이라는 것이 항상 분명한 것은 아니다. 모든 세금문제가 그렇지만, 특히 이 이전가격 문제는 철저한 계획과 준비가 더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그러한 계획과 준비는 탈세의 합리화 방편이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내지 않아도 되는 세금과 벌금을 내는 억울함을 피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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