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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조 큰스님 건강 적신호

2018-07-26 (목)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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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식정진 40일 육박...여래사 석원 스님 부임

설조 큰스님 건강 적신호

여래사 현관에 내걸린 설정 총무원장 사퇴 촉구 펼침막.

서울은 지금 폭염의 연속이다. 23일(한국시간) 한낮기온이 섭씨 38도를 기록했다고 한다. 화씨 10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다. 매연에 복사열에 인파에 자동차에, 길거리 체감온도는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조계종단 개혁을 위한 여래사 회주 설조 큰스님의 ‘단식정진’은 이런 속에 계속되고 있다. 23일 현재, 34일째다. 팔순을 넘긴 고령에다 야외(조계사 인근 우정공원) 비닐천막에서의 고행이다. 시민연대 대불련 법륜승가회 등 수십여 불교단체 시민단체가 뜻을 같이하고 있다. 목/토 촛불집회 참가자 숫자가 천여명에 이른다.

◇설조 스님 건강악화 : 언론에 소개되는 모습만으로도 큰스님의 기력쇠진은 확연하다. 여래사 석원 스님에 따르면 한달간 큰스님의 몸무게가 16kg가량 빠졌다. 승원 스님은 “전에는 이삼일에 한 번씩 전화를 주시더니 어제(21일) 일주일만에 하셨다”고 전했다.


큰스님의 건강지킴이 이보라 내과전문의(인도주의실천의사협 사무총장)는 최근 “혈액검사 결과 단백질 인 칼슘 수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전한 뒤 “칼슘이 더 떨어지면 근육 경련과 호흡곤란, 심장 근육 이상으로 심장박동에도 생명이 위험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젖산이 높아지는 현상은 세포들이 손상되는 것으로 에너지를 태워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고, 기침 가래는 영양부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고 폐렴 등 심각한 감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 우려전달 : 연합뉴스 불교닷컴 등에 따르면 청와대 이용선 시민사회수석이 20일 단식장을 방문해 “스님의 뜻을 많은 사람이 알게 됐으니 단식을 중단하셨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생명이 중요하다”며 “하루속히 단식을 중단하고, 건강을 회복해 불교계를 정화하시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님도 간곡하게 전달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설조 스님은 “대통령님 뜻은 알겠지만 단식을 중단할 수 없으니 죄송하다고 전해달라”고 답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앞서 16일 남평오 민정실장을 보내 우려의 뜻을 전한 바 있다.

◇해법 놓고 팽팽한 시각차 : 큰스님 등 개혁론자들의 주장은 자명하다. 은처자, 사찰재산 유용횡령, 상습도박, 청부폭력, 학력위조 등 갖가지 의혹이 제기된 권승들이 물러나야 한다, 세속법 위반사항은 세속법에 따라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총무원 지도부의 생각은 딴판이다. 정교분리를 내세워 불교계 내부해결을 강조하며 총무원 대변인 성명 등을 통해 개혁요구에 ‘원론적 내지 비판적’ 입장을 표하고 있다.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은 현사태의 화급성과는 동떨어진 천일용맹정진을 해결책으로 내놓아 저의를 의심받기도 했다. 이와는 별도로 수사당국은 수백억대 국고가 투입된 문화재사찰방제시스템 관련비리 등을 내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석원 스님 부임 등 여래사 이모저모 : 여래사 신도회(회장 김석전)는 20일 본보에 설조 큰스님을 성원하고 설정 총무원장을 비판하는 광고를 실었다. 여래사 외벽에도 <조계종 청정종단 염원 단식중인 여래사 회주 설조 큰스님 살리고 한국불교 살리자> <조계종 적폐청산 염원 단식하시는 여래사 설조 큰스님 힘내세요> <88세 설조 큰스님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설정 총무원장 사퇴하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22일에는 고성선원장 진월 스님이 여래사를 방문, 석원 스님 등과 의견을 나누며 큰스님의 건강을 우려했다.

한편 나주의 한 사찰에 머물다 설조 큰스님의 단식정진 소식을 듣고 급거 상경, 한달여간 시봉해온 상좌 석원 스님이 앞으로 여래사 주지소임을 맡기 위해 19일 북가주에 왔다. 1993년 법주사에서 출가한 석원 스님은 설조 큰스님이 불국사 주지를 맡을 당시 시봉한 바 있으며 2000년에는 여래사에 와 몇 달간 시봉하기도 했다.

그는 여래사 이사회 결의 등 소정의 절차를 거쳐 정식 주지소임을 맡게 된다. 22일 법회에서 석원 스님은 법문 대신 인사말을 통해 “은사스님께서 6년 전부터 오라고 하셨어도 사양했는데 이번에는 스님 마음이라도 편하게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오게 됐다”며 “부족하지만 신도 여러분의 신행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두달 남짓 주지소임을 대행해온 승원 스님은 31일 귀국, 큰스님을 시봉할 예정이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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