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칼럼] 아둘과 에카폴 (Adul Sam and Ekkapol Chantawon)
2018-07-19 (목)
김문철 목사/천성교회 담임
지난 한달간 월드컵이 온 세계를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전 세계를 감동시킨 뉴스는 월드컵 보다는 태국 탐 루앙 동굴에서의 유소년 축구팀13명 구조드라마가 아닌가 싶다. 열흘 간의 집단 실종으로 절망했지만 결국 13명 전원이 구조되자 온 세상은 환호했다.
13명 중 아둘과 에카폴은 기억될 만 하다. 아둘 (14세) 은 축구 팀원으로 13명을 발견한 영국의 전문 다이버들과 영어 통역으로 구조작업에 결정적 도움을 주었다. 에카폴 (25세) 은 축구팀 코치로 팀원들을 열흘간 죽음의 공포속에서도 잘 견딜 수 있도록 리더쉽을 발휘해 전원 생존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공교롭게도 이 두 사람은 무국적자들이다 (stateless).
NY Times 가 뉴스 기사를 통해 언급한 이 두 사람의 개인 역사를 들으면 눈물겹다. 이들은 마약 재배지로 알려진 황금의 삼각주 (golden triangle) 미얀마 소수민족 출신이다.
황금의 삼각주는 과거 평화로운 곳이었으나 현재는 내전과 마약재배로 인해 인신매매, 게릴라군 징집, 그리고 노동 착취등 지구상 인권탄압이 가장 심한 곳이다. 그런 곳에서 소수민족 무국적자로 사는 것은 지옥이다. 언제 인신매매단 혹은 게릴라에게 끌려가 학대와 죽임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둘의 부모는 아둘을 살리기 위해 국경을 넘어 태국의 한 교회 목사 가정에 보내 위탁교육을 부탁한다. 아둘은 그곳에서 학교를 다니며 ‘야생 멧돼지’ 라는 이름의 축구팀에서 활동한다. 감사하게도 ‘야생 멧돼지’ 축구팀은 신분을 차별하지 않기에 무국적자들에게는 천국이다. 아둘은 이곳에서 예의가 바른 1등 중에 1등 학생으로 자란다. 영어와 중국어를 포함 5개국어를 할줄 아는 수재다. 아둘의 학교는 20% 가 무국적자 출신이라고 한다. 비 은혜 세상에서의 은혜 현상이다.
에카폴은 어릴 때 미얀마에서 부모를 잃고 고아로 자랐다. 살기 위해 그 역시 국경을 넘어 태국의 절로 들어가 동자승이 된다. 10년을 동자승으로 보낸 뒤 유능한 승자가 되어 초보 승자들을 돌보는 일을 한다. 그러면서 그는 인내와 위기 관리를 체득해 간다. 그런 경험은 열흘 간의 흑암같은 동굴에서 빛을 발한다. 어린 학생들의 공포감을 최소화했고 극심한 불안으로 인한 죽움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야생 멧돼지’ 의 수석코치는 에카폴은 소년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자기 목숨도 바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증언한다. 비 은혜 세상에서의 은혜의 모습이다.
무국적자 아둘과 에카폴은 법과 신분이 지배하는 세상의 잣대로 보면 가장 힘 없는 자들이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절망의 죽음을 소망의 생명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그리고 다국적 전문 구조팀이 아무 조건 없이 전 세계에서 몰려들어 구조에 동참했다는 사실이 눈물겹다. 안타깝게도 태국의 한 구조대원이 목숨을 잃었기에 애통하다. 하지만 그의 희생적 죽음은 억만금 이상의 가치가 있다. 현재 태국정부는 아둘과 에카폴의 국적 취득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 감동이다. 역시 초법적 은혜현상이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손길이 느껴진다.
FIFA 도 감동을 해서 ‘야생 멧돼지’ 팀을 월드컵 결승전에 초대했지만 건강회복과 무국적자의 비자발급 문제로 성사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초청만으로도 아름답다. 인권존중과 세계평화를 위한 상징적 메시지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기왕이면 FIFA 가 이들을 후원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안되면 세계 자선 단체난 선교기관에서 아둘과 에카폴을 세계 유수한 대학에서 교육시켜 인재로 키웠으면 좋겠다. 누가 알겠는가? 하나님께서 그들을 통해 황금의 삼각주에서 마약을 퇴치시키고 무국적자들의 인권을 회복시키며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위대한 지도자로 사용하실지! 그래서 기도한다. 하나님, 아둘과 에카폴 그리고 ‘야생 멧돼지’ 를 축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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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철 목사/천성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