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페어 플레이(Fair Play)

2018-07-10 (화) 12:00:00 강희선(SF공감 회원)
크게 작게
내가 제일 좋아하고 잘하는 운동이 수영이다. 내 주 종목은 자유형과 접영이다. 수영의 장점은 폐활량이 좋아지고, 뼈에 무리가 가지 않으며, 먼지 없이 전신운동을 통해 몸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운동이다.

학창시절 육상선수였던 엄마의 재능을 물려받은 탓인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육상, 체조 및 기타 운동을 해보라고 선생님들로부터 제안을 받았지만, 엄마는 번번이 내가 몸이 약하다는 핑계로 거절하셨다. 그래서 체육 시간과 교내 구기대회로 만족하고 나의 운동사랑은 잠재되어 있었다.

그러다 성수대교 붕괴사고나 익사 관련 사고들을 보며 운동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수영을 하고자 초등학생인 우리 큰 아이를 시작해 가족 모두 수영을 배웠다. 나도 서른이 넘은 나이에 시작해 몇 년 후에는 전국 마스터즈대회에 참가해 어려서부터 선수 생활했던 내 나이 또래의 선수들과 어깨를 견주며 1, 2위를 다투는 실력을 갖추게 되었고 마흔이 넘은 나이에 수상 인명 구조원(Life Guard) 자격증도 취득한 바 있다.


수영은 내가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대가로 준다. 나는 골프, 탁구, 테니스, 배드민턴, 스쿼시, 라켓볼 등을 해보았지만, 수영은 그 어떤 운동보다도 상대와의 대결이 아닌 나와 싸움이고 경쟁이다. 0.001초로 순위가 바뀌는 수영은 기록단축을 위해 혼자서 묵묵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 기록경기이기 때문이다. 컨디션에 따라 오차가 있기는 하나 요행이나 운에 좌우되지 않고 자신이 노력한 기록에 의해 결과가 얻어진다.

수영은 내 인생과 함께 해왔다. 학교, 직장, 집 외에 별다른 활동을 해 본 적 없는 나는 많은 대인관계를 갖게 되었고, 나 자신의 잠재 능력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혈압이 낮은 나는 수영을 하고 나면 몸이 날아갈 것같이 오히려 활력을 갖게 된다. 무엇보다도 운동을 통해 얻은 인생의 큰 수확은 페이 플레이(Fair Play) 정신이다. 살다 보면 꼼수나 편법의 유혹을 받기도 하고, 꼼수나 편법을 다른 사람들이 생각해내지 못하는 자신만의 능력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간혹 만난다. 하지만 결국 얕은 꼼수는 잠시 세상을 속일 수는 있으나 그리 오래 가지도 않을 것이며 인생의 진실한 친구들을 잃게 될 것을 안다.

나는 요즘 수영을 좋아하는 지인들을 지도도 하고 같이 수영도 하는 시간을 가지며 나의 수영사랑을 지속하고 있다. 기회가 되면 체력의 열세를 딛고 이곳에서도 한번 실력을 겨뤄보고 싶다.

<강희선(SF공감 회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