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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증여세와 기업가치의 평가 - Ⅱ

2018-07-09 (월)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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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알만 먹으면 똥배를 납작배로 만들어주는 신약개발 사업. 그 흥부가 자기 회사의 주식 전부를 딸 콩쥐에게 증여하는(wealth transfer) 케이스를 갖고, 지난주에는 증여세의 기초적인 내용을 살펴봤다.

오늘은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그 회사의 주식, 특히 비상장회사, 그것도 스타트업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startup valuation)하는가를 함께 생각해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회계사(평가자) 100명에게 물어보면, 100개의 다른 금액이 나올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말해서, 똑 부러지는 정답이 없는 얘길 지금부터 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보자. 한 달에 20달러만 내면, 약을 2주분씩 나눠서 집으로 배달해주는 친절한 회사가 있다. 어릴 때 약국을 하던 부모 밑에서 심부름으로 약봉지 배달을 다녔던, 그러면서 동네 어른들의 불만과 소비자들의 욕구를 경험했던, 그 약국집 아들이 세운 온라인 약국이 있다. 필팩(Pillpack) 얘기다. 이 회사가 월마트를 제치고 아마존에 팔린다.

매매 금액은 10억 달러(1조 원). 그런데 필팩이 2016년에 외부 투자를 받을 때 평가받았던 당시의 기업가치는 단지 4억 달러. 무슨 여학생 고무줄도 아니고, 어떻게 2년도 안 돼서 회사 가치가 2배 이상 올랐고, 10억 달러라는 금액은 도대체 누가, 어떻게 결정한 것일까? 1년 매출이 1억 달러라고 하니, 연 매상의 10배로 계산했나?

하긴,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매상을 갖고 사업체 가격을 어림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식당은 월 매상의 7배, 커피숍은 8배, 그리고 세탁소는 10배. 그러나 이것도 옛날 얘기다. 지역이나 가게마다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 요새는 많이들 떨어졌다. 하여간, 매상이나 순이익은 사업체의 매매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시, 흥부 회사의 가치평가 문제로 돌아가서, 미국 증여세법에서는 기본적으로 '공정한' 시장가치(fair market value)로 평가하라고 되어있다. 시장가치(FMV)란, '증여 대상에 대한 합리적인 정보를 가진 거래 당사자가, 억지가 아닌 자발적으로 거래한 현금 가격'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IRC Sec. 25.2512-1), 사실 나도 이것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하여간, 세법에서는 흥부는 자기 회사주식의 공정한 시장가치를 어떻게든 알아내서, 그 금액을 딸 콩쥐에게 주는 것으로 증여세 신고를 하라는 뜻이다.

그나마 IRS는 Revenue Ruling 65-193(종전 59-60)을 통해서, 가치평가에 쓸 8개의 팩터를 제시하고 있다.

종합하면, 결국 그 회사 자체뿐만 아니라 그 업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완전한 이해, 여러 복합적인 지식과 통창력을 종합한 심오한 작업, 결국 그것이 기업가치의 평가 작업이다.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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