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군 대체복무 허용’ 특정 종교에 집중 우려

2018-07-04 (수)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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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5년간 병역법 위반, 99.4%가 여호와의증인

▶ ‘양심적 병역거부’ 용어도, ‘비양심자만 군대가나’

‘군 대체복무 허용’ 특정 종교에 집중 우려

군복무 대체근무제가 허용되면서 교계와 현역 출신사이에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병역의무에 따른 군 복무를 종교적 이유로 거부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체복무제’ 허용이 교계를 중심으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교계는 사실상 대체복무 혜택이 이단으로 분류한 여호와의증인 신도에게 집중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여호와의증인 측은 대체복무 제도가 군과 관계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병역의무의 형평성이 왜곡된다는 입장이 젊은층에서 확산되면서 이제는 여자도 대체복무를 통해 병역의무를 평등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형편이다.

연합뉴스는 2일 대체복무제와 관련해 병역법 위반 사유 중 여호와의증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으로 크다면서 2013년부터 올해까지 병역법 위반 2,756건 가운데 여호와의증인이 2,739건으로 99.4%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또 여호와의증인은 기독교와 달리 예수가 삼위일체 일부가 아니라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믿고, 영혼이 불멸한다는 생각도 받아들이지 않는 종교라고 소개했다.

대체복무제에 대한 교계의 우려와 반발은 커지고 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지난 28일 성명을 발표하고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용어를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자칫하면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의무를 다한 국민들을 ‘비양심 세력’으로 역차별하는 경우가 되기 때문”이라며 “‘양심적’이란 표현을 ‘종교적 신념’이나 특정 종교의 ‘교리에 의한’ 것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회언론회는 “여호와의증인 신도들이 자기들의 교리를 내세워 소위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신조어가 만들어 졌으나 이는 종교를 빙자한 병역 기피에 지나지 않는다”며 “기독교인들을 비롯해 대한민국의 종교를 가진 모든 국민들은 종교적 양심이 없어서 군대에 가고, 여호와의증인 신도들만 양심이 있어서 군대에 안가도 되는 법을 국가가 제정한다면 앞으로 또 다른 이유로 국민의 4대의무를 허물어뜨리려는 시도가 반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체복무제가 병역 기피의 수단이 되면서 청년들이 여호와의증인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교회언론회가 지난 5월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특정종교에서 주장하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경우, 징집 연령층인 19세~29세 사이의 청년 사이에서 ‘그 종교로 개종할 마음이 있다’는 대답이 21.1%에 달했다. 5명 중 1명이 개종을 통해 군 입대를 피할 의사를 밝힌 것이다.

한국기독교연합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에 대해 대법원이 지난 28일 7년 만에 다시 합헌 선고를 내린 것을 환영한다고 밝히면서도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한기연은 “신체 건강한 대한민국 남자가 군말 없이 군대에 가는 것은 분단 현실에서 국가를 위해 마땅히 져야 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신성한 의무”이라고 강조했다.

한기연은 “병역 거부자를 법에 따라 처벌하되 그 처벌의 수단이 징역형이 아닌 대체복무라면, 앞으로 군대 가기 싫은 이들로 하여금 안심하고 대체복무를 하라고 국가가 등 떠미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지적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현역을 마친 취업 준비생을 중심으로 공평성에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급증하고 있다. 집 근처에서 대체복무하며 취업 준비를 할 경우 군 생활로 병역의무를 다 하는 장병만 취업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보다 크게 늘리고 근무지도 오지 위주로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왕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이라면 여성이라고 병역의무에서 예외로 둘 이유가 없다는 주장까지 올라오고 있다.

한편 여호와의증인 홍보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체복무와 관련한 국제 인권원칙 가운데 가장 중요한 사항이 군과 무관한 정부 부처나 기관이 관할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군과 관계없는 대체복무라면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부분이 수용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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