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TV 드라마 ‘루시퍼’, 논란 속 갑자기 종영

2018-06-14 (목)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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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 미화로 선악 혼란… 성적인 내용 난무”

▶ 기독교 단체들, 광고거부 캠페인 거센 반발

TV 드라마 ‘루시퍼’, 논란 속 갑자기 종영

기독교 시민단체의 항의를 받아 온 팍스TV의 ‘루시퍼’가 지난달 종영됐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도 영성은 여전히 필수적이다. 영혼은 몸과 정신의 바탕을 이루기 때문이다. 오늘날 ‘영적 전쟁’은 ‘문화 전쟁’을 빼놓고 언급할 수 없게 됐다. 정보와 오락이라는 포장의 깊숙한 내면에서는 미디어와 인터넷 상에서 공방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방영 시작부터 엄청난 논란을 빚어온 팍스(Fox) TV의 시트콤 시리즈 ‘루시퍼’(Lucifer)와 ‘더 미크’(the Mick)가 지난달 갑자기 종영됐다.

크리스천헤드라인(CH) 및 크리스천포스트(CP) 등에 따르면 이들 드라마는 기독교 시민단체들이 줄곧 종영을 요구하면서 광고 거부 캠페인을 펼처 온 대상이었다.


드라마 ‘루시퍼’에서 타락한 천사 루시퍼는 지옥에서 무료한 일상을 탈피하기 위해 지구를 찾아와 벌이는 활약상을 담고 있다. 루시퍼는 성경에서 사탄, 마귀를 의미한다.

시민단체들은 이 드라마가 악마의 존재를 미화하거나 선악의 구별을 흐리는 내용을 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루시퍼’에서는 하늘의 아메나디엘 천사가 로스앤젤레스로 내려와 루시퍼에게 지옥에 돌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루시퍼는 “단지 옛적 아빠(하나님을 지칭)가 판결을 내렸다고 해서 너는 내가 그 악한 마귀라고 생각하는 것이지?”라고 묻는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선악의 개념이나 하나님과 사탄의 본질에 대해 의문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기독교 시민단체인 ‘백만명의 엄마들’(OMM)은 “사탄을 마치 인간의 몸을 입은 다정하고 붙임성 있는 존재로 부각시켜 왔다”며 “이 시트콤은 폭력과 성적인 콘텐츠 그래픽도 난무했다”고 비판했다. OMM은 광고업체들에게 광고를 게재하지 말도록 압력을 넣어 왔다.

또 다른 드라마 ‘더 미크’는 젊은 여성이 남녀 조카를 양육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방영했다. 그러나 아역 배우들에게 성적인 내용을 연기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청률이 하락하고 호응도가 떨어져 왔다. 청소년과 어린이에게 해악을 주는 콘텐츠를 감시하는 크리스천 계열의 ‘학부모TV카운슬’(PTC)은 광고 기업들을 상대로 항의를 제기했고 40여 회사가 광고를 중지했다.

PTC는 이번 종영 결정에 환영을 표시하며 “드라마 ‘더 미크’가 어린이들에게 계속 성인 내용을 마케팅해 왔고 어린이 캐릭터를 끊임없이 성인 상황에 몰아넣곤 했다”고 지적했다. 팀 윈터 회장은 “이번 ‘더 미크’의 광고 수주 실패 사례의 뼈저린 교훈을 모든 텔리비전 네트워크가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팍스TV 게리 뉴먼 회장은 기독교 시민단체의 항의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을 피했다. 다만 “새로 방영할 후보작들이 줄을 서 있는데 더 이상 오래 끼고 있을 수 없다”고 종영 이유를 말했다.

‘루시퍼’는 지난 3년간 3개의 시즌으로 이어져 왔지만 최근에는 시청률이 0.8%로 급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광고업체 철수와 시청률 하락이라는 외부 압력이 겹치면서 팍스TV도 견디지 못하고 종영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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