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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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와 인간관계

2018-06-05 (화) 정강 밀러/머시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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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티 컬추럴 이야기

국제전화 카드를 사거나 비싼 국제 통화료를 내고 한국에 전화를 하던 때가 생각난다. 한 달에 전화비가 거의 몇 백 달러 나왔었다. 모바일과 컴퓨터 통신이 보편화가 되기 전 20여 년 전의 일이다.

요즈음은 소셜미디어 덕분에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 친구, 친척들과의 연락이 쉽게 되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연락이 된다. 예전에는 부모님께만 전화를 드리고 친구나 친척들과는 주로 편지나 가끔씩 이메일로 소식을 주고 받았다.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는 그시간은 길었지만 설램이 더 컸던 것 같다.

편지와 함께 받았던 사진들도 참 소중했다. 미국에서 찍은 사진들을 한국에 가서 인쇄하던 기억이 난다. 사진들을 하나하나씩 앨범에 넣어두고 보던 때가 있었다. 디지탈 카메라가 나오고 이메일이 보편화가 되면서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고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첨단 테크놀로지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의 생활은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옷장 정리를 하면서 오랫동안 간직해 온 편지들을 담아둔 작은 상자를 열어봤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미국에 있는 친구들로 부터 받은 편지들이다. 마지막으로 받은 편지가 15년전이었고, 우편엽서는 올 봄에 프랑스로 여행을 간 친척분께서 보내신 것이 있었다.

편지를 읽어 가던 중 그 속에 끼어있는 사진들을 보니 보물을 발견한 듯 너무 기뻤다. 그 당시에도 똑 같은 느낌이 아니었나 싶었다. 그 중 어머니가 보내신 편지에는 산나물 요리 레시피가 적혀있었다. 산나물을 보내시면서 함께 요리법을 적어 보내신 기억이 난다.

또 다른 한 장의 편지는 대학원 때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보낸 것으로 자신이 직접 만든 과자를 함께 보냈었다.

옷장 안에서 편지를 읽고 있는 동안은 시간이 멈춰진 것만 같다. 꼭 타임머신을 타고 그 당시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옷장 안에서 그렇게 한참동안 편지를 읽고 난 뒤 다시 상자 속에 넣어두고 있던 자리로 가져다 놓았다. 언제 또 다시 상자를 열어볼 지는 모르지만.
나는 여전히 편지를 쓰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종이에 쓰는 대신 이메일로 자주 편지를 쓴다. 레시피와 함께 완성된 음식을 찍은 사진도 서로 주고 받고, 선물로 받은 책을 읽은 후 느낀점을 써 보내고, 친척들을 방문한 뒤 감사의 글도 쓴다. 하지만 아직까지 직접 손으로 써 보내는 글들도 있다. 선물을 받은 뒤 쓰는 땡큐노트나, 건강 회복을 바라는 글. 받는사람에게 나의 마음을 진심으로 전하고 싶을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여러 학술 논문에 따르면 직접 손글씨를 쓰는 활동이 두뇌 발달에 더 도움에 된다고 한다. 또한 책읽는 능력과 관련되는 뇌기능이 손으로 글쓰는 능력과도 직접관련이 있다고 한다.

손글씨는 어른이나 아이의 두뇌건강에 많은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진실한 마음과 정성이 담긴 편지를 받는 이에게는 아주 특별한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정강 밀러/머시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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