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얼굴은 인격이다

2018-06-02 (토) 김명욱/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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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얼굴. 다른 말로는 안면(顔面) 혹은 용안(容顔)이다. 머리의 앞면. 작은 얼굴 부문에 속하지만 부위는 많다. 우선 두 눈이 있다. 두 귀에 입이 있다. 코가 있고 뺨이 있다. 그리고 이마가 있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얼굴이라 하진 않지만 머리는 어떤가. 머릿속에는 뇌가 들어 있다.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과연 우리네 몸의 헤드쿼터(head quater)라 할 수 있는 얼굴. 목 위의 부분이다. 다리 하나, 팔 하나는 절단돼 달아나도 살아 갈 순 있지만, 얼굴과 머리는 달아나면 살 수가 없다. 육체적으로도 이렇게 중요한 부분이지만 사회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한 사람의 인격과 체면이 그 사람의 얼굴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을 많이 받고 사회의 정신적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 대단히 중요하다. 여기에 정치인이나 일부 사업가의 얼굴은 정신적 지도층에 포함시키지 않겠다. 그들이야말로 얼굴이 아침저녁으로 변하기에 그렇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거짓말과 배신을 밥 먹 듯 한다. 자신의 얼굴은 안중에도 없다.


인격과 체면은 그들 정치인이나 사업가에겐 전혀 상관이 없다. 그들에겐 돈이 최고요 권력이 최고다. 그래도 자신의 얼굴에 인격을 달고 사는 사람들. 교수, 의사, 성직자나 검사 혹은 판사 등. 이들은 교육을 많이 받아야 그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러니 그들에겐 얼굴에 체면을 깎이는 일이야 말로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얼굴 위와 뒷면에 있는 머리. 머리 안에는 뇌도 들어있지만 생각도 들어 있다. 생각 안에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분간하는 판단력도 들어 있다. 이 판단력이 흐려지거나 잘못되면 머리 앞부분인 얼굴에 치명타를 안길 수가 있다. 그 치명타는 자신이 일구어 온 평생의 업적을 한 순간에 무너트리는 한(恨)을 남기게 된다.

미국의 국민아버지로 불려진 “빌 코스비(Bill Cosby/80)” 본명, 윌리엄 헨리(William Henry). 그는 코미디안, TV프로듀서, 작가, 음악가, 교육자다. 흑인계 미국인으론 그를 따라 갈만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는 우상적 존재였다. 그런 그가 30년 동안의 연쇄 성폭행에 연루돼 유죄평결을 받고 남은 생을 감옥에서 보내게 됐다.

12년간 뉴욕 주 상원의원을 역임하고 2010년, 뉴욕 주 검찰총장에 오른 에릭 슈나이더맨(Eric Schneideman/63). 성폭력 고발운동에 앞장서오며 존경받던 그가 지난 5월8일 사임했다. 35년간 지내던 부인과 이혼 후 사귀던 4명의 여성들에게 폭행을 가하고 목을 조르는 등 변태적 가학행위를 했다는 증언이 언론에 보도된 후다.

존경받아야 될 만한 사람들. 얼굴에 인격을 달고 살아야 될 사람들. 이들이 자신의 얼굴을 잊어버리고 성추행과 성폭력 등으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다. 그렇게 되면 사회의 지탄은 더 뜨겁게 달아오른다. 코스비는 30년 동안 50여명의 여성들에게 성추행과 성폭력을 자행했다 한다. 얼굴은 양의 탈을 쓴 인간늑대였음이 드러난 거다.

뉴욕주 검찰총장. 자리가 안 좋은가. 검찰총장을 지내고 뉴욕주지사에 오른 엘리엇 스피쳐(Eliot L. Spitzer/58). 2008년 3월, 돌연 사임했다. 주지사 당선 후 2년 만이다. 뉴욕 금융가의 불법행위를 집중 수사하여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리며 존경받던 스피쳐. 유대인 잉꼬부부로 알려졌던 그가 성매매혐의로 옷을 벗게 된 거다.

끝까지 남편 스피쳐의 편을 들었던 아내 실다 스피쳐. 그녀는 스피쳐가 사임한 5년 후 결국 이혼한다. 청렴결백하여 모든 검사들의 추앙의 대상이었던 그다. 장차 미국의 대통령후보감이라 칭찬을 들어 뉴욕주지사 선거 때도 압도적으로 상대방을 누르고 당선됐던 스피쳐. 그도 자신의 얼굴, 즉 인격을 끝까지 지키진 못했다.

이 밖에도 여성 2명 앞에서 자신의 거기를 노출시켜 경찰에 체포되고 사직한 남가주 소재의 한인신학대 모 교수. 여신도 성추행혐의의 언론보도 등으로 조기 은퇴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윌로크릭교회 빌 하이벨스목사(66). 여성 속옷 몰래 훔치다 적발된 뉴욕주 서폭카운티의 로버트 시칼리(49)판사 등. 얼굴속의 또 다른 얼굴들이다. 얼굴은 인격이다.

<김명욱/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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