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방탄소년단과 SNS

2018-06-01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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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탄소년단’ 3집 앨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 Love yourself: Tear)가 5월27일 발표된 ‘빌보드 200’ 차트 1위에 올랐다는 소식에 이어 5월30일에는 이 앨범의 타이틀곡 ‘페이크 러브’(FAKE LOVE)가 빌보드 ‘핫 100’ 10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방탄의 매력은 7명의 보이 모두 개성이 특출 나 이들이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볼 것, 들을 것이 너무 많아 시선을 뗄 수가 없는 점이다. 방탄소년단은 이번 쾌거에 대한 소감으로 한결같이 “모든 것이 아미 덕분이다, 가장 먼저 아미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아미가 무엇인가? 군대 같은 결속력을 지닌 팬덤 ‘아미(ARMY)'는 방탄소년단의 팬클럽이다. 아미들은 자체 네트워크를 만들어 미국 50개주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 사연을 보내고 방탄소년단 신곡을 신청하는 자체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 SNS 시대는 스마트폰의 발달로 시작되었고 날로 그 영향이 커지고 있다. 한국의 SNS 시초는 카메라라고 할 수 있다.

조선에 최초로 카메라를 들여온 이는 1871년 신미양요 당시 미군이 소총, 대포와 함께 미 군함에 동승했던 이태리 사진작가 펠리체 비아토이다. 한국에 온 최초의 종군 기자인 그는 승리를 축하하며 성조기를 꽂는 미군들, 강화도에 즐비한 조선 병사들의 시체를 찍었다. 그의 사진은 서구 신문과 잡지 곳곳에 실렸다. 당시 19세기 서구 열강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식민지를 찾아 총과 카메라를 함께 들고 다녔다. 식민지 원주민의 못살고 비루한 모습이 전 세계로 배포되었다.

1880년대 초 조선인 사진사들이 일시 등장했지만 갑신정변때 모두 사진관이 파괴되면서 일본인들은 사진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일본인들이 관광기념 상품으로 만든 조선풍속 시리즈라는 것이 젖가슴을 드러낸 물동이 인 조선 여인, 칼을 쓰고 관아에 쭈그리고 앉은 죄수, 비루해 보이는 지게꾼 등등 열악하고 불결하고 미개한 이미지로 조선이 알려졌다.

또 나약한 식민지 군주로 보이게 의도한 고종과 순종, 잡초 가득한 근정전 등 쇠락한 왕조를 일부러 강조했고 고층건물과 철도가 담긴 엽서는 자신들이 조선을 근대화 시켰다는 것을 자랑했다.

사진에 이어 휴대폰에 대한 묘사로는 김영하의 소설 ‘ 퀴즈 쇼’에서 인용된 부분이 재미있다. 작가는 도서관에서 본 잡지에서 읽은 대목이라며 “만약 안나 카레리나에게 휴대폰이 있었다면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졌을까? 우론스키가 문자만 보냈어도 안나는 자살하지 않았을 것이고 오해도 쉽게 풀렸을 것”이라고 했다. 춘향과 이몽룡이 휴대폰을 가졌었다면 미리 춘향이 몽룡의 장권급제를 알았을 것이고 로미오가 줄리엣의 죽음이 가짜라는 것을 문자로 미리 알았더라면 줄리엣이 깨기를 기다리지, 남은 독약을 마시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SNS를 잘 쓰면 약이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된다. 방탄소년단의 쾌거가 롱런 하려면, 그래서 K-팝을 비롯 한류가 세계 시장에서 새바람을 일으키자면 사소한 SNS도 거짓이 없어야 한다. 실생활이라면서 억지로 꾸며진 것이 보여서도, 과욕을 부려서도 안된다. 춤 하나를 완성시키기 위해 수없이 흘리는 땀과 각고의 노력이 담긴 연습장면, 젊은이로서 고민과 번뇌, 이런 것들이 여과 없이 계속 보여져야 한다.

이렇게 SNS 시대는 소통이 잘되고 최신정보를 알 수 있는 장점과 개인정보 노출 및 개인 정보 악용이라는 단점이 있다. 몰카 폭행 사건, 한 사람을 졸지에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악의적 편집 영상 사건 등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는 요즈음이다.

누구나 자유자재로 SNS를 이용하는 이 시대에 우리는 눈에 보이는 사진이나 피사체보다 먼저 보이지 않는 시선, 카메라 뒤의 시선을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한다. 가려진 진실을 보는 힘을 길러야 한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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