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벌 갑질과는 거리 먼 ‘이웃집 아저씨”
▶ 각종 재단 설립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LG그룹을 23년간 이끌어온 구본무 회장<사진>이 2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3세.
LG그룹은 이날 오전 9시 52분께 구 회장이 서울대병원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고 밝혔다.
고인은 지난해 악성 뇌종양의 일종인 교모세포종이 발견돼 수차례 수술을 받았으며, 통원 치료를 하다가 최근 상태가 악화하면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방사선 치료를 했지만 차도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관계자는 "고인은 1년간 투병생활을 하는 가운데 연명치료는 하지 않겠다고 평소 밝혔다"면서 "장례도 조용하고 간소하게 치르기를 원했던 고인의 유지와 유족들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치르고 공개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손자이자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LG가 3세대 총수'인 고인은 지난 1995년부터 그룹 회장을 맡았다.
고인은 다양한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그룹 핵심 사업인 전기·전자와 화학 사업은 물론 통신서비스, 자동차부품, 디스플레이, 에너지, 바이오 등 신성장 사업 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거듭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 회장이 타계하면서 LG그룹 경영의 지휘봉은 외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쥐게 됐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영식 씨와 아들 구광모 LG전자 상무, 딸 연경·연수 씨가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별세와 관련, "정말 존경받는 훌륭한 '재계의 별'이 가셨다"고 애도의 뜻을 밝혔다.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그룹 경영만큼이나 공익활동을 중시하면서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사회적 의무와 책임)의 모범을 보여줬다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다. 고인은 2015년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LG 의인상'을 제정했다. LG복지재단은 지금까지 72명의 의인을 선정·발표했다. LG상록재단은 산림환경의 보호·연구, 야생 동·식물 보호·연구 지원 사업을 목적으로 1997년 12월 설립된 재단으로, 고인이 일생 보여준 새와 숲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기업이 국가와 민족의 번영에 밑거름이 돼야 한다'는 신념으로 학술지원과 청소년교육, 문화예술 분야에서 지원 활동을 벌인 LG연암문화재단, '인재육성'과 '과학기술 진흥'이란 창업자의 유지를 이어받아 설립한 연암학원 등도 고인의 공익 정신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재계 관계자는 "고인은 직원들로부터도 '이웃집 아저씨 같다'고 평가될 정도로 이른바 '재벌 갑질'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면서 "국내외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며 사회의 귀감이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