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연 프로 출연 학자 “’트럼프는 가장 부패한 대통령’ 표현 삭제됐다” 폭로
▶ “권위주의 앞에 무릎 꿇어” 비판에 BBC “강연도 편집 가이드라인 따라야”
'다큐멘터리 짜깁기 논란'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최대 7조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할 위기에 처한 영국 공영방송 BBC가 자사 강연 프로그램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부패한 대통령'이라고 묘사한 강연자 발언을 삭제해 새로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 보도했다.
네덜란드 작가이자 역사학자인 륏허르 브레그만은 BBC가 25일 방송한 강연 프로그램 '리스 강연'(Reith Lectures)에서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 역사상 가장 공개적으로 부패한 대통령"이라고 언급한 부분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리스 강연'은 BBC 초대 국장인 존 리스의 이름을 따 1948년 방송이 시작된 권위 있는 강연 프로그램이다.
과거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끈 로버트 오펜하이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 같은 당대의 저명인사들이 출연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한 표현을 삭제한 결정은 BBC가 미국 대선 직전인 작년 11월 방영한 다큐멘터리에서 2021년 1월 미국 '의회 폭동' 사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짜깁기해 보도했다는 비난에 직면해 공개 사과하고 사장과 보도 책임자가 사퇴하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문제 삼아 자국 법원에 최대 50억달러(약 7조3천억원)를 청구하는 손배소를 제기하겠다고 예고해 BBC는 큰 압박에 직면한 상황이다.
브레그만은 BBC 관계자들이 프로그램이 BBC 라디오4 채널로 방송되기 전날에야 미국의 변호사들과 자사 최고위층에 의해 해당 표현이 삭제됐다고 전해왔다면서, BBC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밀려 자체 검열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들은 법률적인 상황이 중요한 역할을 했고, 서너 달 전이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며 "그래서 나는 그들이 권위주의에 무릎을 꿇었다고 충분히 확신한다"고 말했다.
BBC 대변인은 NYT에 "다른 프로그램들과 마찬가지로 강연 프로그램도 BBC의 편집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편집 행위가 이례적인 일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