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스님 의혹 PD수첩 집중조명
2018-05-10 (목)
정태수 기자
한국불교의 중심은 대한불교조계종이다. 조계종 산하 수천여 사찰과 만수천여 승려들, 그리고 근 800만(한국통계청 조사결과) 불자들을 통괄하는 기구는 총무원이다. 그러므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원장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실질적 수장이다. 종정은 상징적 최고 어른스님이지 실권을 행사하지는 않는다.
현 총무원장(제35대)은 수덕사 방장을 지낸 설정 스님(사진)이다. 지난해 10월 선거에서 은처자의혹 등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설정 총무원장은 취임직후 ‘불교다운 불교’를 표방하며 대탕평 등 일련의 개혁추진을 발표했다. 호응은 별로였다. 그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까닭이다.
개혁 약속마저 자신의 의혹을 미봉하기 위한 방편으로 치부되기 일쑤였고 ‘조계종단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그 중심에는 늘 설정 스님과 전임자 자승 스님이 있었다. 설정 총무원장이 대탕평의 핵심으로 내놓은 멸빈자 사면안은 중앙종회에서 부결됐다.
이런 가운데 ‘설정 총무원’의 진퇴를 가름할지 모를 악재가 터졌다. MBC PD수첩을 통해서다. “큰스님께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5월 1일자 PD수첩은 설정 스님에 관련된 3대 의혹(방통대 출신이면서 서울대 농대 졸업이라고 쓴 자필 허위학력 기재 의혹/수덕사 인근 한국고건축박물관을 통한 수십억대 재산은닉 의혹/‘사미니 출신 은처’를 두고 친딸까지 뒀다는 의혹)을 집중 조명했다.
지난해 총무원장 선거과정에서 제기된 의혹들이다. 달라진 것은 당시에는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 등 이른바 불교계 비주류 인터넷매체와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를 통한 문제제기가 주종이었다면 이번에는 공중파 언론매체를 통해 방영됐다는 것이다. 1994년 조계종 개혁회의 수석부의장을 맡는 등 종단개혁을 부르짖었던 샌브루노 여래사 회주 설조 스님은 지난해 10월 총무원장 선거 뒤 서울에서 심야기자회견을 갖고 설정 스님의 심야운전 사망사고 전력을 폭로하기도 했었다.
각종 문서증거와 지근거리 인사들의 구체적 증언을 통해 구성된 이번 PD수첩의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설정 스님이 30년 전쯤 사미니 김모씨와 사이에 아이를 낳아 속가의 친형 호적에 입적해 생활비 지급 등 최근까지 재정적 지원을 해온 점, 설정 스님이 이 의혹을 처음 보도한 불교닷컴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유전자 감식을 약속하고도 지금껏 이행하지 않은 점 등이 낱낱이 파헤쳐졌다.
이번에도 설정 스님은 유전자 감식을 약속했으나 유전자를 대조해야 할 상대인 ‘친딸로 의심받는 여성 전00’ 씨는 지난해 해외(캐나다)로 이주해버린 상태다. 전00 씨의 자발적 협조 없이는 친딸여부를 확인할 길이 막막해진 것이다. 90년대 말 설정 스님을 상대로 친자확인소송까지 냈던 전00 씨 모녀가 돌연 소송을 취하한 것도 금전적 회유에 의한 것이라는 등 추측을 낳고 있다.
설정 스님은 허위학력 기재에 대해서만 ‘깜박실수’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모르쇠 내지 부인으로 일관했다. PD수첩에서 설정 스님은 부처님도 생전에 갖은 의혹을 샀다는 등 말을 했다. 총무원은 당초 4월 24일 MBC가 “큰스님께 묻습니다” 예고편을 내보내자 불교에 대한 폄훼라며 법원에 방송금지가처분신청까지 냈으나 기각됐다. 문제의 PD수첩은 MBC 인터넷방송 또는 유투브에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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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