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예배 도중 새 신자 일으켜 세워 소개 땐 역효과

2018-05-09 (수)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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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음 방문한 교인을 쫒는 요소들

▶ 어린이방 불결·안전미비, 체계적인 정보센터 부재

예배 도중 새 신자 일으켜 세워 소개 땐 역효과

교회에 새로 온 새 신자들은 의외로 다른 시각을 갖고 교회를 평가한다.

교회가 갖는 착각이 있다. 교인들은 스스로 친절하며 다정하다고 생각하고, 시스템은 잘 돌아가고 시설은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교회를 처음 찾은 외부인의 눈에는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이런 차이는 새 신자를 교회에 정착시키는데 결정적인 장애물이 된다.

라이프웨이 리소스는 최근 새로 교회를 방문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왜 그 교회를 다시 가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응답을 분류해 열 가지로 정리해 발표했다. 교회에 처음 왔던 사람이 등을 돌리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장 먼저 지적된 사항은 예배 도중에 새로 온 교인을 일으켜 세워 환영하는 순서다. 오히려 당황스러운 시간이라는 것이다. 방문객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기존 성도를 위한 예배의 한 절차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 순서에서 외부인이라는 구별을 적나라하게 느낀다는 반응도 상당하다.


다음으로 불친절한 교인들의 태도가 지적됐다. 대부분 교인은 본인들이 불친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방문자의 눈길은 다르다. 기존 교인들은 새로 온 사람에게 말을 잘 걸지 않는다. 그 사람을 잘 모른다는 이유 때문이다. 잘 아는 사람끼리 ‘거룩한 담장’ 안에서 편안함을 누리는 셈이다.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 불결하고 안전하지 못한 경우도 새 신자를 쫓아내는 요인이다. 이런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면 자녀를 동반한 젊은 가정이 교회에 오기를 기대하지도 말아야 한다.

교회에 대한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새로 교회에 온 방문자가 한눈에 교회 정보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응답자들이 방문자를 환영하는 ‘웰컴 센터’가 없는 교회를 다시 가기 꺼려진다고 대답했다. 센터가 없으면 적극적으로 사역을 감당할 전담자라도 있어야 한다.

또 교회 웹사이트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경우, 교회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고 실망감을 키우게 된다. 교회를 처음 찾는 방문자들 대다수가 교회의 웹사이트를 우선적으로 뒤져 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웹사이트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찾는 정보는 교회의 주소와 예배 시간이다. 장황하게 목사의 설교나 교인들의 지나 간 활동을 전면에 띄우지만 정작 교회 주소나 시간을 찾기 힘든 웹페이지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교회 웹사이트는 이제 교회의 현관문이다.

안내판도 아주 중요하다. 방문자에게는 본당이 어디고, 자녀를 맡길 교육관이나 화장실, 식당 등을 한눈에 알려주는 ‘친절한’ 사인판이 마음을 열어준다. 반대의 경우 교회가 새 신자를 반기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다음으로는 교회에서 하는 말을 알아듣기 힘들다는 점이다. 설교, 예배, 모임, 심지어 일반 대화에서도 교회에서 쓰는 특정 용어가 난무하는 게 사실이다. 교회를 처음 가는 사람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고 골치 아픈 단어들이다.

지루하고 시간만 낭비하는 예배 역시 발길을 끊게 만드는 결정타이다. 과거에는 소형 교회 목회자들이 예배에 동원할 자료나 도구가 부족하다고 호소하곤 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서는 이런 핑계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온라인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서 “여긴 내 자리인데요”라는 말이 새 신자를 내 쫓는 원인의 톱10에 들어갔다. 방문자에게는 아주 무례하고 황당한 소리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관리가 잘 안 돼 더러운 시설이 꼽혔다. 예배당 의자는 물론 화장실이 불결하거나 교회에서 쓰레기통도 없으면 ‘우리는 교회에 신경을 쓰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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