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4.29 LA폭동 26주기를 맞아

2018-04-28 (토)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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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전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역사는 영광과 고난을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것이고 전통은 길이 남기고 발전시키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집단이든 나라이든 역사와 전통은 대단히 중요하다. 자자손손 가르쳐서 자기집단과 나라의 정체성을 더 발전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미주 한인 이민역사의 분기점을 제공한 1992년 4.29 LA폭동이 26년이 된다. 당시로서는 황망하고 괴로운 일이었다. 그러나 또 다시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늘 그날을 되돌아보고 오늘을 점검해야 한다. LA폭동은 미주 한인 이민역사의 한 분기점이다.

폭동이전 미주 한인들의 목표는 아메리칸 드림이었다. 이후 미주 한인들의 목표는 미국에 뿌리내리는 문제와 미국시민으로서 어떻게 해야 평등하게 인정받는가의 문제였다.


열심히 일해서 좋은 차, 좋은 집, 좋은 학교에 자녀들을 보내는 것이 아메리칸 드림이었다. 그런데 막상 위기의 상황이 발생하니 우리는 미국사회에서 투명인간이었다. 경찰도, 언론도, 정치인도 피해를 당한 한인들을 위한 발언은커녕 한인사회를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집단으로 매도했다.

고속도로에서 과속으로 잡힌 흑인 운전자 로드니 킹을 백인 경찰들이 무차별 폭행한 비디오가 언론에 나오고 주로 백인들로 구성된 배심원들이 백인 경찰들을 무죄로 석방하면서 흑인들을 분노하게 만들었고 급기야 흑인들이 폭동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그리고 주 방위군은 부유한 백인들이 거주하는 곳은 철저히 방어하고 한인들이 밀집한 곳은 무법천지로 방치하였다.

미국에 들어오는 모든 이민자들은 그렇게 호되게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이탈리안, 유대인, 중국인들이 그랬고, 우리도 그랬다. 흑인들은 더한 불평등의 조건에서 싸웠고 마침내 미국에 평등과 인권 인종차별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민권법을 만들면서 미국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었다. 가장 심한 고통과 고난을 당한 흑인들이 가장 고귀한 가치를 만들었다. 이것은 곧 미주 한인들을 200만 가까이 미국에 올 수 있게 만들었다.

26년전 LA폭동은 미주 한인들이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했고, 그로부터 유권자 등록과 투표 참여 그리고 시민 참여운동을 통한 커뮤니티 교육과 조직화를 위해서 미주 한인들은 많은 노력을 했다.

또한 많은 인재들이 직접정치인으로 뛰어들었고 한인들이 밀집한 서부와 동부에 지방정치인들이 많이 배출이 되었다. 이 노력이 중단되지 않고 한세대를 넘어서 다음세대 그 다음세대로 넘어간다면 미주 한인들도 미국속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당당히 인정받고 존경받는 커뮤니티를 만들게 될 것이다.

이러한 역사와 전통, 번영과 발전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미주 한인들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서 활동하는 기관들을 강화하고 결집된 힘으로 노력해야만 미주 한인 이민역사라는 뿌리를 갖게 될 것이며, 미국 사회에 인정받고 존경받는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한 높은 유권자 등록과 높은 투표율 그리고 적극적인 시민참여라는 굵직굵직한 전통의 줄기를 갖게 될 것이며 번영과 발전이라는 열매를 얻게 될 것이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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