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정의 달’을 맞아서

2018-04-24 (화) 정미현/머시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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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체스터 칼럼

5월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가정의 달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어린이날은 아동문학가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소파 방정환 선생이 1923년 5월 1일에 창시한 날이며, 이후 일제 강점기에는 탄압을 받다가 후에 대한민국 정부가 5월 5일로 옮겨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어린이’ 라는 이름도 당시 처음 만들어졌는데, 이는 ‘애’ 나 ‘계집’ 등으로 불리며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 받지 못하던 어린이들의 존엄성을 세우기 위한 노력이었다.

미국에서는 5월 두번째 일요일이 어머니 날이다. 미국의 어머니 날은 반전 운동가였던 줄리아 워드 하우이(Julia Ward Howe)가 미국 내전으로 갈라진 민심을 화합시키고, 전쟁 중 아들들을 잃었던 어머니들을 기리기 위해 1872년 창시한 날이다.

이후엔 앤 자비스(Ann Jarvis)라는 여인이 자신의 어머니를 기리면서 보건과 교육인식을 높이기 위해 이를 계승하였다. 미국인들은 이날 앤 자비스의 어머니가 좋아했던 하얀 카네이션 꽃을 달기 시작했고, 그 후 빨간 카네이션이 어머니 날의 상징이 되었으며, 어머니가 돌아가신 사람들만 하얀 카네이션을 달기도 했다. 앤 자비스가 시작한 어머니날은, 마침내 1934년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 대통령이 5월 둘째 일요일을 어머니날로 선포하였다.


흥미롭게도 우리나라의 어버이날은 이러한 미국의 어머니날을 토대로 만들어져서 처음에는 어머니만을 기념하다가, 아버지날도 만들자는 의견을 수렴하여 1973년부터는 어버이날로 명칭을 바꾸어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가정의 달에 얽힌 유래는 미국에서 자라나는 한인계 자녀들에게는 흥미로운 역사 및 문화 공부가 된다. 미국학교의 언어 교육과정은 비교, 대조 능력을 기르는 것을 중요시하는 데, 비교 문화교육은 이런 비판적 언어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

이번 어린이 날에는 자녀들에게, “엄마가 한국에 살 때는 어린이 날을 손꼽아 기다렸어. 미국의 어린이 날은 무슨 날인 것 같아?” 라고 질문해 보자. 함께 어린이 날은 무엇인지, 한국인들은 그 날에는 무엇을 하는지, 자녀들이 미국에도 그런 기념일이 따로 있었으면 하는지 얘기해 볼 수 있다.

미국사나 세계사를 배우는 자녀들과 함께 한국의 어버이날과 미국의 어머니날 및 아버지날(6월 세 번째 일요일) 등의 유래와 역사적 배경을 비교하면서, 서로 궁금증을 풀어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대부분 잘 모르고 지나가기도 하지만 1978년 지미 카터 대통령은 매년 9월 노동절 다음 첫 일요일을 ‘조부모의 날’로 정해 선포 했다. 또한 웹사이트를 찾아보면 8월 11일을 ‘자녀의 날’이라고 한다는 정보가 있기는 있어도 제대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비교적 어린이를 귀중히 여기는 문화를 지닌 미국에 ‘어린이 날’이 따로 없는 이유를 자녀들과 같이 토론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이처럼 문화에 대한 궁금증을 돋우면, 언어 및 관련 영역에 대한 학습증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미현/머시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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