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백

2018-04-21 (토) 제니퍼 이/ 듀오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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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할 때 나는 상대와 마주 앉아서 편안한 분위기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회원들은 대부분 처음 만났을 때는 상당히 쑥스러워 하면서 대화를 시작한다. 하지만 보통 10분정도 지나면 숨을 고르면서 눈을 맞추며 편안한 마음으로 속마음을 연다. 이들이 하는 말은 참, 미국에서 한국인을 만나 연애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 그동안 공부 열심히 하고 좋은 직장을 다니면 자연스럽게 짝을 만나겠지 했는데 그렇지 않더라며 자신이 인생을 잘못 살았나 보다 한다.

막상 30살이 넘어가다 보니 어떻게 짝을 만나야 하지? 이러다 결혼을 못하는 건 아닐까? 두려운 생각까지 든다고 한다. 나는 상담시 이런 저런 질문을 하고 회원들은 답한다. 회원들은 보통 매우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준다.

이야기를 한 두시간 나누다 보면 어느 정도 그 회원에 대해 그림을 그릴 때 기초적인 스케치가 그려지듯 나의 머릿속에 소상히 그려진다. 그리고 솔직하게 이야기해주면서 회원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준다. 부모님께도 하지 못한 깊은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털어놓는 회원을 보면 나는 너무 마음에 든다.


간혹 상담때와 다른 이미지의 사진이 올 때는 좀 당황하지만 상담시 느낀 매력과 장점을 자세히 기록해놓고 소개할 때는 전화 혹은 이메일로 자세하게 회원의 초상화를 그리듯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간혹 만남이 안 되고 있는 회원은 프로필만 한동안 바라보면서 왜 매칭과 소개를 못하고 있는 것인지를 고민한다. 그러다가 그 회원의 목소리를 듣고 안부도 알고 싶어 전화를 건다. 그리고는 지금 회원님의 프로필을 한 시간 째 바라보고 있는데 대체 누구를 소개해드려야 될지 모르겠다며 걱정해준다.

괜찮아요. 저는 선생님 하고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것만도 행복해요. 그리고 10월에 추석 긴 연휴로 한국에서 부모님이 오신데요. 참! 전에 소개해주신 뉴욕 거주하는 그 분 하고는 계속 전화통화를 하고 있어요. 그 분이 부모님 한국 가시고 나면 저 있는 곳에 오신다고 하셨어요. 정말요? 네. 그러니 선생님 너무 애쓰지 마시고요. 그분 하고 일단은 진지하게 만남 가져 볼게요! 한다. 그의 씩씩한 음성을 들으니 나도 모르게 신이 난다.

그래서 나는 꽉 차여진 그림보다는 여백이 있는 그림을 감상할 때 여백 속에 들어갈 자리가 넉넉한 그림을 좋아하고. 그런 여백이 있는 사람을 보면 숨쉬기가 편안해진다.

<제니퍼 이/ 듀오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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