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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칼럼] 탕자의 귀향

2018-04-19 (목) 우남수 목사/행복연구원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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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반 기대반 염려스럽게 준비해 왔던 평창 동계 올림픽은 애당초 걱정과는 달리 개회식에서부터 폐회식까지 세계의 시선이 주목된 가운데 멋있게 성공적으로 끝을 맺었다. 우려했던 북한의 대륙간탄도탄(ICBM) 실험이나 대대적 사이버 공격으로 컴퓨터를 교란시켜 올림픽 중계를 방해하는 일도 없었다. 오히려 정반대로 북한은 갑작스레 핵과 미사일 공격 무드에서 화해무드로 돌변,우리 남한의 초청에 기대 이상의 응답을 하며 최고위 대표단과 예술단,응원단과 선수들을 보내며 분위기를 돋구어 금세 통일이 될듯한 느낌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한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특히 단장으로 온 김영남 최고 인민회의 상임위원장,북한의 최고 권력자 김정은의 핵심실세인 여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 그리고 폐회식에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은 전혀 예상치 않았던 정치적 거물급인사들의 방남은 과연 진정 남북간에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온것인지 혹 다른 꿍꿍이 속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로 하여금 의구심을 품게 하기도 했다.

이러한 것은 그동안 북한이 남한에 보여준 갑작스러운 변덕과 이중 플레이를 생각할 때 어쩔 수 없는 우리의 마음 자세였다. 그러나 개회식 입장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남북선수들이 한팀으로 위풍당당하게 웃음의 꽃을 피우며 걸어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또 여자 아이스하키는 남북단일 팀으로 혼연일체가 되어 최선을 다하는 것을 보았다. 또 남북이 하나되어 열띤 응원을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모두의 마음은 남한과 북한은 같은 핏줄이요 한 민족,한나라임을 느끼며 가슴이 뿌듯해오는 감격을 금할수 없었다.


또한 평창동계올림픽이 스포츠를 통한 하나됨이 남북통일을 위한 한민족의 하나되는 꿈을 태동했고 그것을 향해 계속 행진 할것을 TV를 통해 세상에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된 것이 분명하다. 북한의 김영남과 문대통령을 중심으로 남북 양쪽 대표들이 나란히 찍은 사진을 보면서, 과연 남한의 정치인들과 국민들은 진실로 어떤 속마음으로 그들을 대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특히 한달이 채 못되는 휴전기간(작년 11월 제72차 유엔총회에서 평창 올림픽을 전후에 약 두달간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함. 2월 2일부터 3월 25일까지)이 끝난 후에 일어날 복잡한 국내외 갈등속에서 북에 대한 우리의 처신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예측하면서 렘브란트의 <탕자의 귀향>이 생각났다.

온갖 횡포와 남침의 위협일변도로 나가다가 그것을 다 내려놓고 아무조건 없이 구순의 노구를 이끌고 방남한 김영남,가냘픈 한 젊은 여성으로 미소를 짖는 김여정 등, 과거에 죄를 뉘우치며 무조건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며 한국의 땅을 밟은 그들은 나에겐 <누가복음>의 돌아온 탕자를 생각나게 했다.

우선 우리는 돌아온 탕자를 무조건 용서하고 받아드린 아버지처럼 그들의 과거를 용서하고 얼싸안고 그들을 영접해야 할것이다. ‘용서(容恕)’라는 한자에는 그 깊은 심리적이 뜻이 잘 표현되어있다.

‘집’을 뜻하는 ‘갓머리(宀)’와‘계곡’을 뜻하는 ‘곡(谷)’으로 이루어진 ‘용(容)’은 어떤 대상을 보고 그 대상을 조목조목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커다란 산과 계곡을 더 커다란 덮개로 씌우듯 그 모두를 품어내는 것이다. 두번째 ‘서(恕)’는 ‘동일한 것’을 의미하는‘여(如)’와 ‘마음(心)’의 합성어로 다른 사람의 마음과 내 마음을 일치시킬 때,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시너지 효과 같은 것이다.내 입장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즉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 내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이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이런 용서의 지혜가 앞으로 남북대화에서 꼭 실천되기를 기대한다.

“서로 친절하게 하며 불쌍히 여기며 서로 용서하기를 하나님이 그리스도안에서 너희를 용서하심과 같이 하라.”(에베소서 4:32)

끝으로 렘브란트의 <탕자의 귀향>의 아버지의 양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그는 작은 아들의 어깨를 어루만지고 있는 아버지의 왼손은 강인하며 남성적인 손으로 묘사하고,오른손은 왼손과는 정반대로 작은 아들 등을 살포시 어루만지는 오히려 어머니의 손과 같이 그렸다.

이것은 아버지의 아들을 안아주는 심정의 양면성을 잘 나타낸 것이다.우리가 북한을 대하는 태도 또한 그러한 양면성이 필요할것이다.남한을 원수로 여기며 미워하던 500여명의 북한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행복과 즐거움을 만끽하고 돌아갈 때 흘린 그들의 눈물의 의미, 90세인 김영남 상임위원의 몇번씩 안경을 벗고 닦았던 눈물속에 담긴 감회가 남북통일의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남수 목사/행복연구원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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